“‘전참시’ 어묵 화면…세월호 조롱 의도는 없었으나 윤리의식 결여”

문화방송(MBC) ‘전지적 참견시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능희 위원장(맨 왼쪽)이 16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MBC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조연출·연출·부장·본부장 징계 요청
“조연출, 어묵의 의미 몰랐다”…납득 불가 지적도
세월호 가족들 “고의성 없다지만 또다시 모욕당해”

문화방송(MBC) ‘전지적 참견시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능희 위원장(맨 왼쪽)이 16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세월호 가족을 고의 또는 의도적으로 조롱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 윤리의식이 결여한 결과이다.”

<문화방송>(MBC)은 16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묵 먹방’ 배경으로 세월호 참사 뉴스 화면을 삽입해 논란에 휩싸인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참시 진상조사위원장인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은 지난 5일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전참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세월호 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오세범 변호사를 포함해 사내 구성원 5명 등 모두 6명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10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진상조사위는 전날 조사했던 예능본부 직원 및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한 사건 경위 내용을 오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조연출과 에프디(FD)는 영상이 세월호 화면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프로그램 제작 전 과정을 현장 점검하고 관계자 면담 등 제작과정 전체를 조사한 뒤 13일 중간점검을 마쳤다. 세월호 가족과 노조가 참여한 자리에서 조사결과를 듣고 14일 추가확인 조사도 거쳤다. 조 본부장은 “컴퓨터 그래픽실, 더빙실 등에서 조사했으며, 진행 제작 엔지니어를 포함해 모든 관계자를 조사했고, 본인 동의하에 제작진 6명의 휴대전화 문자와 채팅방, 에스엔에스 활동 내역도 조사했다”라고 진상조사 과정을 밝혔다.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조연출이 에피소드에 몰입도와 재미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다 뉴스 속보처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고 한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장소식 알아보겠습니다'라는 멘트로 연결되는 자료 화면을 에프디에게 요청했고, 에프디가 세월호 화면을 포함해 10개의 자료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연출은 화면에 첫번째로 나간 이진 아나운서의 장면은 세월호 관련 뉴스인지 몰랐고, 최대현 아나운서가 나온 세번째 영상은 세월호 사고화면의 영상임을 알았다고 한다. 뒷 배경을 흐림 처림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미술부에 그래픽 처리를 의뢰했다고 한다.

문제는 어묵이 세월호 가족을 조롱·희화화하는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조연출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오세범 변호사는 “어묵을 사용한 것이 세월호 피해자를 모욕하는 것인줄 몰랐다는 것에 더 충격적이었다. 사회적으로 공감을 못하고 있다. 어묵이 아니라 ‘이영자 만두 충격 고백’이었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와 트렌드에 예민한 직업이면서도 어묵이 세월호를 희화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의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도 진상조사위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으나 합리적 변명이 이뤄져 수사를 하지 않는 이상 더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방송 윤리의식 제고와 협업 매뉴얼 관리감독 강화 등 제도화를 사쪽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연출, 연출, 부장, 본부장 등 4명의 징계를 요청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기는 어렵지만 단순 과실이 아님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다뤘다는 점에서 방송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윤리교육 등 총체적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조사과정을 지켜본 결과, 어느누구도 악의적, 고의적으로 행하지 않았음이 드러났으나 희생자들은 또 다시 모욕당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