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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1 17:09 수정 : 2005.12.01 17:25

조선일보가 1939년 4월 29일치 사설에 당시 일왕 히로히토의 생일(천장절)을 맞아 쓴 생일축하문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어미 `옵‘자를 남발하며 비굴하게 몸을 굽힌 이 글은 신문의 사설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극심한 `일왕 찬가‘다. `황공‘도 모자라 `성황성공‘이라 하고, `경하‘도 부족해 `동경동하‘라 하며, `충성‘도 양에 차지 않은 듯 `극충극성‘(克忠克誠)이라 하고 일왕을 `지존‘(至尊)이라고까지 부르는 이 사설이 `민족지‘ 조선일보에 버젓이 게재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2심 판결의 의미

한겨레 언론권력 시리즈에 대한 동아일보사쪽의 항소를 2심 재판부가 모두 기각하고, 한겨레 보도의 진실성을 인정해준 이번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판결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 김영호 언론개혁 시민연대 공동대표

= 언론은 거대한 권력이다. 그동안 언론사의 행적에 대해 언급조차 못해온 게 현실이다. 한겨레가 동아등 언론권력의 과거를 추적했고, 법원이 인정했다. 결국 한겨레가 새로운 언론사를 쓰게 됐다. 한겨레가 쓰지 않았다면 왜곡된 언론사만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언론사적인 의미가 크다.

=75년 동아투위 당시에는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경영상 이유’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고, 광고탄압이 정권에 의해 조정받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처음에 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 성명 발표를 계기로 유신체제에 대한 항거를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사회 상황과 맞물려 있다. 당시에도 다 알려졌던 사실들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왔다. 당시에는 언론이 권력이었기 때문에 거액융자, 도시계획변경 등이 행해지기도 했다. 다 아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한겨레 입장에서 언론사를 다시 쓰는 계기가 됐고, 용기있는 행위다.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의 행적을 파헤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겨레의 보도는 언론으로서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당시 한겨레에서 보도한 동아일보 사주의 친일문제는 이미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을 인용보도한 것이다. 법원이 판결에서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을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동아일보가 친일 의혹을 떼어내려면 학술적 논쟁이라든지 추가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동아는 옛날 하던 얘기만 반복하니까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원자료가 없을 때에는 사법부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설득이 어려울 것이다.


△ 문영희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과거에는 판결이 잘못됐었다. 유신 치하에서는 사실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형사사건도 그랬다. 검찰 기소장을 판결문으로 바꿔쓰는 과오가 많이 있었다. 당시 유신시대 판사들이 대통령 눈치를 봤기 때문에 그런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된 시대이기 때문에 판사들도 독립적인 기준에 따라 판결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높게 평가한다. 동아투위는 과거 해고무효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바 있었는데, 이번 한겨레 판결을 보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구나 실감을 하게 됐다.

△ 이재희 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기존 언론사들끼리 사실상 동업자 의식이 있어서 치부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언론의 기능을 자기들 세계에서 왜곡시켜 왔었다. 한겨레 보도는 누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언론이 동업자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부분을 뛰어넘어 보도한 것이었고, 동아가 무리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취재영역에는 성역이 없다는 것과 언론의 정도가 무엇인가, 언론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 신문사의 과거사는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 사실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면 공인은 그 정도를 감수해야 된다. 이번 경우에는 대부분 사실로 인정됐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안된 것이다. 언론사 사주의 친일문제를 재판부에서 사실로 인정한 판결은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친일 부분에 대해서 확대해석을 해서는 안된다. 재판이 동아일보 사주의 친일 여부를 주로 다룬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 친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자료나 기사가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겨레> 이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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