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0 18:12
수정 : 2018.03.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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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와이더블유씨에이(YWCA) 회관에서 ‘미투 운동과 언론보도’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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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YWCA ‘미투 운동과 언론보도’ 토론회
“언론의 보도 행태, ‘피해자 중심주의’ 부족”
“자극적 제목 기사 규제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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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와이더블유씨에이(YWCA) 회관에서 ‘미투 운동과 언론보도’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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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보도 ‘관습’과 ‘관행’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됐다. 최근 확산한 ‘미투’를 다룬 보도들은 ‘2차 가해’를 불렀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계 전문가·시민들은 ‘미투’ 운동을 왜곡 보도한 언론을 향해 “보도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와이더블유씨에이(YWCA) 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언론보도’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언론의 성범죄 보도 관행은 비판받으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2012년 고종석 사건에서 언론은 피해자에 집중해서 보도했다. 이 보도들과 관련해 피해자의 사생활 침해를 인정한 2014년 판결이 나왔다”면서 “미투 운동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언론들은 그때 이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윤 이사는 △피해자 중심주의 부족△피해자 책임론 확산△가해자 입장 그대로 보도 등 언론이 ‘미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그 예로 ‘받아쓰기’식 기사를 들었다. 윤 이사는 “언론들은 피해자가 에스엔에스(SNS)에 밝힌 내용 그대로를 보도했다. 언론에서 에스엔에스 내용을 보도할 때는 최소한 당사자에게 연락하고, 어느 정도 수위를 반영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또 “언론은 가해자의 해명도 그대로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되기 전에는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진실인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제목에 피해자를 명시한 기사나 피해자의 과거 모습을 담은 보도도 ‘피해자 중심주의’ 부족의 예로 들었다. 또 그는 ‘미투 이후 달라진 회식 문화’ 등을 다룬 보도도 ‘피해자 책임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투’ 이후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가해자는 여러 곳을 다니며 ‘자기방어’에 나선다. 언론은 이런 가해자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며 균형이 맞지 않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들이 왜 이뤄지는지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현장 기사가 아니라 조회 수를 위한 기사들이 (2차 가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성범죄 관련) 검색어 기사 양산을 막지 못하면 ‘2차 피해’ 보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업체와 함께 부적절한 제목의 기사를 임시차단하는 등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기자는 또 “기자가 성폭력 문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데스크가 기자에게 성범죄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정보를 캐라’고 지시하기도 한다”면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전문기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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