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4 19:13
수정 : 2018.03.05 01:07
【짬】 팟캐스트 제작 민언련 활동가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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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경(왼쪽부터) 민언련 사무처장과 이봉우·배나은 활동가, 이정일 피디. “시민단체에서 ‘종편 출연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가끔 옵니다. 민언련은 여전히 종편은 태어나선 안 될 ‘귀태방송’이란 입장입니다. 다만 <제이티비시>는 단체 판단으로 거절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경우 출연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다른 3개 방송은 고려할 여지가 없어요.”(김언경 사무처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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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사무처장과 이봉우·배나은 활동가, 이정일 피디는 평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민언련 사무실 구석 창고에 모여 ‘털기’ 시작한다. 2시간가량 이들에게 탈탈 털리는 대상은 전날 신문·방송 보도 내용이다. 2시간 녹음을 한 뒤 편집해 오후 6시께 팟방에 올린다. 지난해 4월11일 시작한 민언련 일일 팟캐스트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 얘기다. 지난달 9일로 200회를 넘어섰다. 이 ‘미디어를 터는 사람들’을 지난달 27일 서울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언련의 전신 민주언론운동협의회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4년 창립했다. 당시 언론은 ‘독재권력의 시녀’였다. 권력을 비판하려면 투옥을 각오해야 했다. 권력과 유착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떡고물과 높은 자리를 챙겼다. 진짜 언론을 향한 열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감시 시민단체인 민언련의 탄생 배경이다.
이 단체엔 11명의 상근 활동가가 있다. 활동가 보수가 다른 시민단체와 견줘 조금 나은 편이라고 했다. 2016년 5월과 6월 있었던 ‘사건’ 덕이다. 이때 회비 내는 회원이 1000명대에서 6000명대로 폭증했다. 김언경 처장 등이 <한겨레 티브이>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종편의 문제점을 샅샅이 알린 뒤였다. 늘어난 후원금으로 활동가도 늘리고 방송 모니터를 위한 고가 장비도 마련했다.
“회원이 늘면서 팟캐스트 개설 요구가 들어왔어요. 민언련 보고서는 읽지 않아도 팟캐스트는 듣는다고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언련) 대표들을 설득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이 피디도 채용했죠.”(김언경) <부산평화방송>과 <국민티브이>에서 라디오 피디로 일했던 이 피디는 당시 재충전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팟캐스트 주요 대본은 전날 나온 신문(담당 김언경)·방송(배나은)·종편(이봉우) 보고서와 이 피디가 작성한 언론 관련 뉴스 스크랩이다. “보고서는 300명 정도 보는데, 팟캐스트는 3천명 정도 됩니다. 1만명이 넘을 때도 있죠.”(이봉우·배나은)
2015년 공채로 민언련 활동을 시작한 이봉우 활동가는 록밴드 ‘봉스치킨’의 싱어이기도 하다. 상근 초기부터 언론비평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 김 처장한테 ‘천재’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배나은 활동가는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한 뒤 민언련 활동을 지원했다. “제가 일한 언론사가 문제가 많았어요. 조금 더 좋은 언론사를 찾아 옮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언론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민언련을 만났죠.” 김 처장은 회사를 다니던 1992년 민언련 언론학교를 수강한 뒤 바로 활동가로 참여했다. 2년 동안 협동사무처장을 지냈고 사무처장은 올해로 4년차다.
하루 2시간 녹음은 활동가들에게 큰 부담이다. “모니터 보고서도 써야 하고 다른 일도 해야 하고 힘들어요. 외부에선 독자적으로 하지 말고 유명 팟캐스트에 출연해 언론 얘기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언론은 조금만 들어가요. 언론 문제를 기록하는 자료 축적이란 점에서도 언론 특화 팟캐스트는 필요해요.”(김언경)
작년 4월 시작 일일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 200회 넘어서
김언경 처장과 이정일 피디
이봉우 배나은 활동가 참여
“청취자, 보고서 독자 10배쯤
힘들지만 자료 축적 의미도”
세월호 이후 한국 언론의 수식어 가운데 하나가 ‘기레기’다. 언론감시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정권 교체 이후) 일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몸을 사리기도 해요. 하지만 성폭력 보도는 이보다 더 극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제가 많아요. 선정성은 정권과 무관해요.”(배나은) “기레기 현상은 더 심화됐어요. 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세월호 참사 이후 확실한 것은 시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북한 응원단 보도를 보면, 선정적 보도 뒤 비판 여론이 일자 다음날부터 자제하더군요.”(이봉우) “지금 기레기 현상의 방점이 인터넷 언론의 힘없는 기자에 찍혀 있어요. 조중동 편집국의 윗사람들이 진짜 문제인데도요.”(김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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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일일팟캐스트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는 민언련 누리집(www.ccdm.or.kr)에서 바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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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현상’도 활동가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얼마 전 <엠비엔>이 박항서 감독의 미담을 조작한 가짜 뉴스에 낚였어요. 최초 유포자가 가짜 뉴스라고 자인한 뒤에 보도한 것이라 더 문제였죠. 하지만 보고서를 내지는 못했어요. 유포자가 말한 원출처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이거든요.”(배나은·김언경)
같은 단체에서 일한다고 해도 뉴스를 보는 견해가 모두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보고서에서 활동가 이름을 빼는 경우도 있단다. 인권과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매체 비평’이 뭔지에 대한 생각차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민언련 활동의 핵심 과제는? “언론들이 권력 감시와 같은 전형적인 저널리즘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감시해야죠.”(김언경) 김 처장은 민언련이 제작하는 영상 프로그램 <종편 때찌>도 시간을 지금 2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늘려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봉우 활동가는 웃으며 “종편 퇴출”이라고 했다. 이정일 피디는 “더 많은 활동가들을 팟캐스트에 참여시키고 싶다”고 했다. 후원 문의 (02)392-0181, ccdm.or.kr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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