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한겨레 산림환경연구소
|
[제2창간]
너를 안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편지를 쓰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 이름이 같은 널 볼 때마다 친근하고 남 같지 않았어. 지금까지는 너를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는데 아침마다 만나게 돼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제2창간’이라는 공간에 너와의 인연과 나에 대해 소개해 볼게. 넌 17살 난 25살…우리 만난지 이제 보름째늘 서민 편에 선 한겨레야 복지문제에 관심 부탁해 넌 1988년 5월생이지? 난 1980년 4월에 태어났고, 25살이야. 지금은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산림환경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어. 내 소개를 하자면 처음엔 이름이 한송이였어. 우리 언니는 한장미였는데 친구들이 장미 한 송이라고 자주 놀려서 아빠께서 “한나라 한겨레”로 바꾸셨어. 지금 생각하면 그때 놀려준 친구들이 고마워. 더 좋은 이름을 갖게 해줬으니까. 우리 아빠는 전남 장흥이란 곳에서 공직생활을 하고 계셔. 우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빠는 애국심이 남다르셨어. 가훈도 “국익이 우선되고 나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남을 생각하라”였고, 어렸을 땐 영어가 쓰인 옷은 절대 못 입게 하셨고, 외제 학용품은 쓰지 못하게 하셨거든. 그래서 우리들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 거야. 참 남동생이 있는데 이름은 한민국이야. 삼남매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이름이 특이해서 얼굴은 몰라도 우리 이름은 다 알고 있었어. 학창시절 별명은 ‘한겨레신문’이나 ‘한걸레’였어. 철없을 땐 많이 울기도 했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야. 학기 초에는 발표 단골이었어. 학생부를 보고 이름이 튀니까 선생님께서 항상 시키셨거든. 이름이 특이해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는 거였어. 올해는 식당에 내 이름으로 예약을 해놓았더니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는 줄 알고 사장님이 신경 써서 해놓았다고 한 일도 있었어. 전화 받으면 한겨레신문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 이번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널 소개했어.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아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너와 매일 만나기로 했지. 기사 전체를 한글을 사용하면서 한글을 사랑하는 언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특히 서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잖아. 최근에는 한겨레 결체라는 글꼴을 개발한 뒤에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잖아. 나 그때 감동먹었어. 널 아침마다 만난 지 이제 보름이 됐는데 아직까지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앞으로도 변치 말아줘. 그리고 환경과 사회복지 관련 기사가 늘었으면 해. 사회복지 분야는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들이 내용을 알지 못해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
좀더 일찍 만날 수도 있었는데 이제야 인연을 맺은 만큼 우리 우정 변치 말자. 나도 내가 맡은 곳에서 열심히 일할 테니, 너도 대한민국의 진보적 정론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면 해. 17살 한겨레야, 이제 청년이잖아. 건강하고 믿음직한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할게. 안녕. 독자 한겨레/산림환경연구소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