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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18:07 수정 : 2006.01.20 17:38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제2창간] 한겨레 스타 ②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짤막한 키에 왜소한 몸매, 까무잡잡한 피부… 시골에서 갓 서울에 올라온 농촌 총각 같은 모습.’ 그래서일까? 34살 나이답지 않게 편집국 체육대회 때 축구와 육상 종목에서 가장 빠른 발놀림을 자랑하는 사나이.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하면 “건강한 체력의 소유자”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는 공을 잘 차고, 누구보다 빠른 발을 가졌습니다. 황우석 연구팀 매매난자 사용, 조류인플루엔자, 기생충알 김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는 <한겨레> 식구들 가운데서도 최근 유난히 일복이 많은 기자입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발걸음에는 자신감과 의욕이 가득 차 있고,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고 해두죠.

병원문턱 높아 가난한 이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개인 노력만으로 건강이 지켜지나요? 사회적 구조가 뒷받침돼야죠. ‘건강 평등’ 의 그 날까지 칼이 아닌 펜으로 세상을 바꿔가겠습니다.

때문에 그가 2002년 5월 의료전문기자(경력직) 특별공채를 거쳐 <한겨레>에 입사했다거나, 대학에서 6년간 의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그의 막강한 ‘체력’과 ‘인상’에 곧잘 묻혀 버리곤 합니다. 어쩌다 가끔 “‘의료전문기자’였지…. 그래서 그가 건강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만 상기될 뿐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그가 명실상부한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라는 점입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볼 수 없어도, 교양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어도 그만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소신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의사’를 버리고, ‘기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대생일 때만 해도 기자가 될 것이라고는 스스로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의료제도의 문제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합니다.

“이상하게 의대 실습과정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증환자들만 보이더라고요. 대부분은 병원에 올 당시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상태고요. 이들을 보면서 ‘병원에 오기 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막연히 내가 그 의문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예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그의 이러한 생각은 대학 졸업 후 공중보건의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구체화됩니다. “1999년부터 2년여간 경북 영주에서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보건의료제도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한마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죠. 보건복지부 사무관 시험도 봤고, 2002년 한겨레신문 특별공채에도 응시했죠. ‘칼’이 아닌 ‘펜’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욕심에서요.(웃음)”

그가 의사를 포기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하필 기자냐?”고. 그로부터 3년.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 그를 격려합니다. ‘힘 내라고. 지치지 말라고.’ 그의 소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만큼 그가 이 사회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지요.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부담감이 더 크고요. 가끔은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인가…’ 반문해 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항상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만 말이죠.”

그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 궁금하다고요? ‘의료(건강) 형평성’의 보편화.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사회의 모습입니다. 건강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진료비나 병원의 높은 문턱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금연’ ‘금주’ ‘운동 등 체력 단련과 식생활 개선’ 등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 등입니다.

“건강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 개인의 노력에 따라 좌우되지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역사회나 학교, 직장 등에서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은 극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죠. 온 국민이 다같이 평등하게 누리는 ‘건강 평등’ 기사를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어요.”

그래서일까요? ‘아토피 이렇게 관리하세요~’, ‘기생충알 김치’의 안전성과 김치 관련 음식을 둘러싼 논란,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갖가지 궁금증,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 등 그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기사들을 쉼없이 쏟아냈습니다.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닌 의학적 연구 결과로 검증이 된 사안들을 발굴해서 말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요? 그는 이라크 전쟁 뒤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이라크에 의약품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직접 이라크에 가 현지인들을 진료하며 썼던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올해는 창간 특집으로 ‘건강한 사회와 함께 건강을’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 형평성’을 위한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개봉박두! 조만간 이와 관련된 기획기사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미영/편집국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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