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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18:02 수정 : 2005.11.28 18:17

한겨레 ‘상업성’이라는 조미료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박종윤 영남철강판매 대표

[제2창간] 홍세화가 만난 한겨레 큰지킴이 - 박종윤 영남철강판매 대표


한겨레 큰지킴이로 나선 분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합니다. 자영업자와 공무원, 중소기업 대표이사도 있고, 엔지니어·세무사·농민·교사·건축사·화가·회사원·주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홍세화가 만난 독자’의 이번 주인공은 박종윤(43) 영남철강판매㈜ 대표이사입니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 위해 실생활경제 많았으면
아이와 보는 ‘함께하는 교육’ 항상 깨어있게 해
“내 아는 사람들아 내가 간다, 한겨레 보거래이”

홍세화=영남은 우리에게 취약한 지역인데 이곳에서 큰지킴이로 나섰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업 대표가 나섰다는 점에서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한겨레 큰지킴이로 나서게 됐는지요.

박종윤=한겨레에 입사하고 싶었는데, 시험에 떨어져 결국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히 대기업에 취직을 했는데, 사보를 만들어 보래요. 제가 만든 첫 사보가 1988년 5월 한겨레 창간과 같은 때에 나왔어요. 회사 쪽과 노동자의 언로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나름대로 가치를 지키려 했습니다. 한겨레 칼럼니스트들의 원고를 받아 사보에 실을 정도였죠. 1년 넘어 하니까 회사 간부들이 저를 빨갱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어쨌든 언론사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언론에 쭉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한겨레가 제2창간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한겨레가 정말 어려운가 보다’ 생각하게 됐습니다.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고요. 독자들이 나서서 한겨레를 일으켜야겠다,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창간 독자시겠군요. 한겨레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2창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고민했다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경제 문제, 특히 개인 소득, 주택 같은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한겨레의 경제 기사는 사회정치적입니다. 정운영 선생 계실 때는 경제 비전을 제시했는데 지금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전문기자들이 누구라도 쉽게 읽고 미래를 준비하며 박수칠 수 있는 칼럼을 많이 쓰면 좋겠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책을 읽지 않는데, 한겨레는 이런 젊은이들이 읽기에 너무 어렵습니다. 대학생에게는 인기 있는 신문인지 몰라도, 생활에 쫓겨 책을 읽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인기 있는 신문이 아닙니다. 재미나 상업적 기법, 신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기법이 가미돼야 할 것입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조미료’를 많이 넣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겨레의 샘인 젊은 독자가 마르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재미를 못 주면 신문을 손에 들지 않습니다. 인터넷 신문도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재미있게 꾸미면 좋겠습니다.

=지면을 많이 개편했는데, 글꼴도 바꾸고. 어떻게 보셨습니까?

=글꼴은 정말 훌륭한 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면 개편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말 유익하게 읽지만, 한겨레를 놓아 두면 주위 사람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신문은 재미있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우리하고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엮어냅니다. 조선일보는 해외여행, 한겨레는 국내여행을 소개하는 식이죠.

=한겨레도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수 확대로 연결이 안 되니 고민이죠.(웃음)

=앞으로 어떻게 설득할 생각입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한겨레를 보라고.

=두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먼저 내 사람들은 읽으라고 강제로라도 권하면 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자고 하면 듣지 않으려 합니다. 골치 아프다고.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득해도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건설회사와 주로 거래하는데, 건설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은 정말 심합니다. 부산에도 재벌 건설사 아니면 전멸 상태입니다. 지역 영세 건설사는 아무도 분양을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노무현 정권에 돌리고 있죠. 황당해요. 그래서 나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한겨레를 보기 싫어하는 그 사람들에게 한겨레를 팔아봐야지 하고 말입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신문의 철학, 언론의 역할을 설명해도 먹혀들지 않아요. 사실 아침에 현장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한겨레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신문을 팔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겨레신문이 좋다는 것은 99%가 알죠. 하지만 점심때 식당에서 밥 먹으며 10분 안에 쓰윽 넘기며 신문 보는 사람들이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그래도 큰 틀에서 볼 때 그 사람들에게 신문을 팔아야죠.

=각종 조사에서 한겨레는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신문인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데도 한겨레가 부족한 2%는 무엇일까요?

=내부적으로 경제 문제를 많이 다뤄 줬으면 합니다. 요즘은 모든 게 경제와 관련돼 있으니 말입니다. 밖으로는 상업적 모습을 어떻게 잘 가미할까 좀더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문을 들게 하는 요인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신문 시장을 볼 때 보수적인 50, 60대는 흘러가고 있으니, 젊은 사람들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좋아할 상업적 패턴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성격의 젊은 사람들을 모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겁니다.

=지금 하시는 일은 주로 어떤 것입니까? 사업은 괜찮습니까?

=순수하게 건설과 관계된 것입니다. 철근, 파이프, 빔 등을 사서 건설회사에 팝니다. 지역 건설업계가 사실상 전멸했으니 쉽지는 않습니다. 지역 건설업계가 너무 어렵습니다. 모든 화살이 정권에 다 돌아가고 있죠. 그래도 상장사가 지은 아파트는 분양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브랜드가 없으면 사람들이 사지도 않습니다.

=그럼 고객이 주로 작은 건설업체입니까?

=99%가 2군 이하의 업체들입니다.

=그분들에게 어떻게 한겨레를 보라고 하겠습니까?

=차분하게 이야기해 보면 다들 “나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보기는 싫다”고 합니다.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으니 스포츠신문이 먼저 손에 잡히고 그게 없으면 조, 중, 동 순서로 손이 가는 거죠.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살아가기 바쁜데 누가 생각하며 살겠습니까. 저잣거리의 행태나 신문의 행태나 다 똑같습니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그래도 길에 침 뱉고 다니며 살지 않습니까. 그래도 돈 문제에는 누구나 관심을 가지니까 경제 기사는 읽지요. 분양광고도 경제 소식인데, 한겨레는 분양광고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분양광고를 잘 활용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한겨레 독자는 그 돈을 벌 수 없게 되어 있죠. 경제기사 중에서도 특히 생활경제 기사가 많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문제 같은 것이죠. 교육이나 건강, 의료 등의 문제도 모두 돈과 관련된 것 아닙니까.

=어쨌든 한겨레 큰지킴이 운동이 잘 되도록 도와주세요.

=민주노총 조합원이 150만명이고, 전교조 회원이 15만명이라는데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그들만 한겨레를 봐도 한겨레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한겨레에 우호적이라 하고, 한겨레를 사랑한다고 하면 뭐합니까. 한겨레가 어렵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데. 그래도 결국 신문을 펼치도록 하는 동인은 한겨레 내부에서 먼저 만들어내야죠.

=한겨레를 여당지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까. 노무현 정권에 반대는 사람들 쪽에서 말이죠.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권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겨레를 많이 보고, 아닌 사람들은 안 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자녀가 둘이라고 하셨는데. ‘함께하는 교육’ 지면은 자주 보십니까?

=도움이 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한겨레를 보지 않고 조·중·동만 봤다면 돈으로 승부했을 겁니다.

=한겨레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죠?

=예. 많이 생각하게 하니까, 항상 깨어있게 하니까. 조·중·동에 중독되면 편한데. 아내가 중학교 교사인데, 한겨레 보여주면 다 맞는 말인데, 너무 힘들게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나를 아는 모든 이여, 내가 간다. 각오하고 있거래이.”

부산 최상원/편집국 사회부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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