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돈보다 먼저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보도, 한겨레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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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창간] 사람이 돈보다 먼저입니다
자연인인 사람의 생명과 공중보건이란 논리에 설 것인가, 법인인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논리에 설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한겨레>는 핏대만 세우는 ‘주장’이 아니라, 꽉 짜인 분명한 ‘의견’을 전달합니다. 지적재산권보다는 사람의 생명이 먼저라는 ‘이성적 휴머니즘’의 의견입니다. 전 세계를 두려움에 몰아넣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에 대한 한겨레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한겨레 10월4일치 9면에는 ‘부자나라, 조류독감 치료제 ‘사재기’’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업체인 로슈가 독점 생산하는 타미플루를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미국은 430만명분의 비축량을 2천만명으로, 영국은 10만명분에서 1500만명분으로 늘리는 예산안을 짜고 있어, 가난한 나라들은 타미플루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적 재산권’ 무기 삼은 제약업체 독점·고가 생산에
가난한 나라들 약 못 구해 신음
특허법 ‘강제실시권’ 에 주목
‘한겨레’ 복제약 자체생산 촉구
정부 “생산 검토” 로 화답 1910년대 전 세계에서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변형된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소개된 직후, <한겨레>는 10월7일치 사설 ‘조류독감, 총력대응체제가 필요하다’에서 “우리가 확보한 백신은 인구 대비 1.5%(약 70만명분)”에 그치고 있음을 경고하며, “백신 확보도 중요하지만 백신 원액 생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내세웠습니다. 특허 업체인 로슈의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국내 특허법의 ‘강제실시권’ 행사 조항에 따라 복제약품의 자체 생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찌감치 밝힌 것입니다. 사람끼리도 감염되는 변형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 치사율을 0.5~1%로 잡았을 때 국내에서도 9만~44만명이 숨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소개됐습니다. 그 뒤 한겨레는 10월7일치 2면에 ‘조류독감 치료제, 독점생산 웬말’이란 기사를 때맞춰 실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의견을 빌려 “로슈가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앞으로 10년이 걸려야 전 세계의 인구 20%가 복용할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40여개 나라에서 수백만정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는 실상을 전달한 것입니다. 정부가 조류독감 예보발령을 내리고 ‘방역 민관협의체’ 구성 등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10월15일에는 사설에서 “예방용 백신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습니다. 17일치 사설에서는 “조류독감 약의 국내 생산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한 차례 더 강조했습니다. 2001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권 적용 요구를 외면하는 처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강제실시권에 따라 약품을 생산해 북한 등 외국에 공급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개정 특허법의 재개정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칼럼 ‘조류독감과 소통 불감증’은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정부를 질타하고 “적어도 정책 당국자는 내일 대재앙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준비와 계획을 세워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2003년 2월 특허청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높은 공급가격에 항의해 시민·의료단체가 제기한 강제실시권 청구에 대해 △특허제도 기본취지 훼손 △보험 적용으로 인한 환자의 낮은 부담액 등을 내세워 강제실시권을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가 치료 목적으로 2천달러 이하는 각 개인이 수입해 사먹을 수 있다’는 특허법 조항을 들어 ‘각자 알아서 수입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판매가격은 최소 월 300만원(캡슐당 2만3천원)이었습니다. 인도의 제약업체가 개발한 복제약품 비낫은 캡슐당 2달러(약 2100원)와 견줘 18배나 비쌌던 것입니다.
강제실시권을 발동해 타미플루의 복제약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겨레의 분명한 의견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월19일 타미플루의 복제약품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해 대량생산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로 설득력을 인정받았습니다. 10월25일엔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촉구하는 시민·의료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지요. 이 자리에서 발표된 △타이 정부의 강제실시권 발동 의지 표명 △대만·필리핀·아르헨티나 등의 강제실시권 행사 움직임 등은 다음날 한겨레의 2면에 실리며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생명의 논리가 왜 지적재산권의 논리에 뒤지게 됐는지를 알고 싶으시면, 한겨레 11월17일치 칼럼 ‘조류독감과 의약품 특허’를 참고하세요. “1994년 세계무역기구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트립스·TRIPs) 조항들이 첨부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 체제 안에 들기를 바라는 나라라면 미국식 특허법을 존중하는 데 합의해야 함을 뜻한다. … 트립스는 의약업체들이 경쟁시장 가격의 5배, 10배, 심지어 100배로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부 인가 독점을 창출했다. … 의약업체들은 이미 나와 있는 의약품을 베끼다시피 하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의약업계의 자료를 보면 연구비의 3분의 2 가까이가 이런 ‘모방’ 의약품 개발에 낭비되고 있다. … 수천면명의 사람들이 특허 보호 때문에 죽음에 직면해서는 안 된다.” 현재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가 독점 생산하는 타미플루의 1회 처방에 드는 돈이 60달러(6만여원)에 이릅니다. 인도에서 올해 연말에 출시될 예정인 복제약품 오셀카미바르는 하루치가 60센트(600여원)로 타미플루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합니다. 로슈는 올해 상반기에만 2004년의 두 배에 이르는 4억5천만달러어치의 타미플루를 판매했으며, 현재 30개국에서 2800만명분의 생산 주문을 받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준상/한겨레 노동조합 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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