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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3 19:13 수정 : 2005.11.23 19:13

“개혁·진보세력이 경제 비전 제시해야” 송건호 언론상 받는 강준만 교수

“개혁·진보세력이 경제 비전 제시해야”

16년 동안 122권의 책을 지은 사람,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구절을 일반화한 사람, ‘1인 저널리즘’과 ‘실명 비판’이란 말을 유행시킨 사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건희’‘전라도’등 강자나 칼날 같은 이슈들과 겨뤄온 사람, 그리고 지지리도 상복이 없던 사람.

짐작하겠지만, 그의 이름은 강준만이다. 그 사람이 제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게 됐다. 심사위원회는 강 교수가 “1997년 〈인물과 사상〉을 창간해 ‘언론비평’의 새로운 장을 열며 무소불위의 언론을 견제했고, 실명비판의 문화 속에서 생산적인 논쟁과 토론이 성숙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지식인의 양심과 책무를 일깨웠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겸손’의 코드로 자신과 사회에 성찰 촉구
“문제는 조중동 아니라 정치·경제 분리주의”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겸손, 겸손, 겸손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물음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숨가쁘게 ‘성역과 금기’에 도전해 왔던 이제까지의 태도와 다르게 강 교수는 ‘겸손’의 코드로 세상을 꿰려 하고 있었다. 전주시 전북대 사회과학대학 211호 연구실에서 만난 강 교수는 “의례적 겸손, 처세술로서의 겸손이 아닌 뼛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본질로서의 겸손을 송건호 선생에게서 배웠다”며, 이것이 처음에 고사하려던 이 상을 받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이유라고 밝혔다. 동시에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맹렬한 자기성찰을 촉구했다.

강 교수의 태도는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유럽식 세계관에서 벗어나 “덕이 너를 아름답게 하리라”라고 말하는 유가적 가치를 두둔하는 듯했다. 강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겸손’의 코드에서 실패하고 있다”며 노 정부에 대한 애증도 숨기지 않았다. “왜 수구 기득권 세력이 미친 듯 악을 쓰는가? 나는 한 이유가 노 대통령이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그들을 내려다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지사지해 보면 안다. 노 대통령이 개혁에 성공하려면 자신보다 일을 앞세워야 할 것이고, 빛을 내기보다 욕을 먹어야 할 것이다.”

언론권력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언론학자로서 또 ‘안티조선’을 이끌었던 언론운동가로서 그가 보는 한국 언론계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근본 문제는 조·중·동이 아니라, 한국 역사에서 구축돼온 강고한 정치·경제 분리주의”라고 짚었다. “한국 독자들은 투표장에서 김대중·노무현을 찍으면서 집에서 조·중·동을 보고 부동산·주식 투자, 과외교육에 몰두한다. 이것은 이른바 민주·개혁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들의 경제적 보수성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는 〈한겨레〉나 〈오마이뉴스〉와 같은 개혁 언론이나 개혁·진보 세력들이 스스로 ‘경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동이 제시하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미래를 대체할 비전과 방향을 진보 세력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말은 처음의 ‘겸손’을 상기시켰다. “나는 책을 쓸 것이다. 과거처럼 깊이 개입하지는 않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구하겠다.”

전주/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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