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8 16:07
수정 : 2005.11.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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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두한 16일 오전 민주노동당 당원과 ‘엑스파일 공대위’ 회원들이 검찰청사 현관 앞에서 홍 전 대사를 가로막고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②취재하던 중앙일보 기자가 시위자의 목을 잡아 젖히고 있다. ③홍 전 대사가 시위자 쪽을 쳐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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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부장 ‘난 경호원 기자의 부장’ 글 논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사전은 “같은 동아리끼리 서로 오가며 사귐”이라고 풀이한다. 한국 언론사에도 이 말을 적용할 수 있다.
역시 끼리끼리 모여 있었다. <중앙일보>의 발행인을 지낸 사주만 특별한 게 아니었다. 진실을 추적해 보도하고 사회의 공익을 위한 공적 도구로 기능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 처남으로 이회창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삼성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대선자금을 받아 대선 후보에게 직접 배달한 거대언론사의 사주에 못지않은 모습을 편집국 기자와 간부가 보여줬다. 그 생생한 모습은 텔레비전과 사진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인터넷에서는 보광그룹 거액 탈세로 6년 전 검찰에 홍석현씨가 소환될 당시 ‘사장님’ 앞에 도열해 “힘내세요”를 외친 중앙일보 기자들이 거론되었다.
지난 16일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검찰에 출두할 당시 기습 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 당원의 목을 낚아챘던 <중앙일보> 사진부 김아무개 기자(차장)의 행동에 대해 해당 부서의 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경호원 기자’라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글을 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중앙일보 사진부장의 주장과 달리 김 기자의 행동에 대해 “사진기자로서의 신분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말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도 “누가 봐도 ‘경호원 기자’로서의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사진부장 “민노당의 기습시위는 신사협정을 깬 것”
주기중 중앙일보 사진부장은 자신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lickj2001)에 ‘나는 경호원 기자의 부장’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김 기자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간 사진기자로, 그 대상이 회사의 사주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수백 명의 취재진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현장에 나와 출두하는 홍 전 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기습시위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부장은 88서울 올림픽 당시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500미터 육상경기 때의 브라질 사진기자가 동료기자들로부터 얻어맞은 사연도 소개했다.
주 부장은 “수십 명의 기자들이 렌즈를 결승점에 고정해 놓고 있는 순간 갑자기 앞쪽에 있던 브라질 기자가 자국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오자 흥분해 벌떡 일어났고, 이에 바로 뒤에 있던 일본 사진기자가 해당 기자를 발로 차 거꾸러뜨린 뒤 쫓아낸 적이 있었다”며 “이는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세계 공통의 취재현장 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 부장은 “마찬가지로 홍 전 대사의 출두 때 기습 시위를 제지한 것을 두고 과잉충성, 심지어 ‘경호원 기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면서 “민주노동당의 기습시위는 현장의 질서를 일순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한 짓이다”고 비판했다. 또, “사실 그 정도는 점잖은 제지이며, 아마도 사주가 관련돼 있으니 그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사진기자들 “김 기자 오해 살 짓을 한 것”
“사진기자라면 그런 기습시위도 취재의 대상”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주 부장과 견해를 달리 했다. 한 일간지 사진기자는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김 기자의 행동은 사진을 못 찍고, 포토라인을 무너뜨린 것에 대한 응징이라기보다는 다른 의도였다는 게 현장 기자의 느낌이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언론사 사진기자도 “사진기자라면 그런 기습적 상황에서는 찍는 게 우선이지, 기자가 사건 자체에 개입해 상황 자체를 변질시켜서는 안된다”며 “중앙일보 기자와 홍 전 주미대사가 전 회장이었다는 것 때문에 더 오해 살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간지 사진기자도 “민노당의 기습시위로 포토라인이 무너진 것과 김 기자의 행동은 별개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잘못한 것은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사진기자라면 그런 기습시위도 취재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누가 봐도 변명…경호원 기자로서의 행동”
주 부장의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론도 잇따랐다. 누리꾼 ‘강아지에게’는 “죄인 끌려가는 사진 찍는게 뭐 그리 대단한 취재거리냐”며 “오히려 시민단체에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농성을 벌이는 것이 더 큰 기사거리 아니냐”고 따졌다. 중앙일보 애독자라고 밝힌 누리꾼 ‘박영현’도 “이 글은 누가봐도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소환 당시 기습시위는 사실 ‘기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날 시위는 그 자체가 국민의 의견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에 이런 돌발적 상황을 사진기자들의 취재 편의의 시각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방송카메라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은 포토라인이 무시된 것에 '분노'했지만, 집회와 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 또한 취재원의 편의 못지않게 중요한 까닭이다. 이번 사안을 검찰청사 앞 사진기자들만의 ‘취재편의’라는 기준에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예를 들자면, 미리 설정된 포토라인에 심장마비 환자가 쓰러진다면 사진기자들은 환자의 구조 대신 포토라인의 고수만을 외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유사하다. 시위대가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소환에 맞서 “구속수사하라”며 시위를 벌인 상황도 사진기자들의 입장에서 볼 것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조영수 민언련 상근활동가는 “ 기자들이 포토라인이 무너져 사진이나 영상을 못 찍은 것은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포토라인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중앙일보 사진부장은) 민노당 당원의 목을 낚아챈 기자가 다른 언론사기자였다고 했더라도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자 “불상사 막아보려 자발적으로 나서게 된 것”
누리꾼들은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대응한 것에 대해 ‘경호원기자로서의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 ‘ whistle’은 “많고 많은 사진기자 중에 하필 <중앙> 기자였는지는 미스테리”라며 “경향, 동아, 조선, 한겨레 기자들은 기자 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누리꾼 ‘LAHEE’ 는 “중앙일보 사주 관련 사건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그러한 시위에 반감을 느끼거나 설혹 느끼지 않더라도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건 어떻게 보면 한국적 기업풍토에서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 일부 기자들은 지난 12일 홍 전 주미대사의 인천공항 입국 때도 경호원을 자처하고 나서 ‘경호원 기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해당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불상사를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연락을 받고 자발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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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호원기자'의 부장 /주기중 중앙일보 사진부장
88서울 올림픽 때의 일이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육상경기가 열렸다. 남자 1500미터 경기로 기억된다. 골인지점을 마주하는 스탠드 사진기자석에 세계각국에서 온 수십명의 기자들이 렌즈를 결승점으로 고정해 놓고 파인더를 응시하고 있었다. 1초도 안되는 골인 순간이다. 모두들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1등이 골인하는 순간 갑자기 시커먼 물체가 렌즈를 가렸다. 앞쪽에 있던 브라질 사진기자가 자국 선수가 1등으로 들어 오자 흥분해 벌떡 일어서서 만세를 불렀던 것이다.
순간 바로 뒤에 있던 일본 사진기자가 화를 버럭내며 브라질 사진기자를 발로 차서 꺼꾸러 뜨렸다. 미쳐 말릴 틈도 없었다. 그 브라질기자 뒤로 일직선 상에 있다가 '물을 먹은' 사진기자 모두가 그 브라질 사진기자에게 달려들어 뭇매를 가했다. 현장의 질서를 깬 데 대한 응징이었다. 그 브라질 기자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코피를 닦으며 연방 "아엠 소리" 하며 사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기자는 아이디 카드를 빼앗긴 채 쫓겨 났다. 참 단호한 응징이었다. 당시 입사 3년차의 병아리 기자의 눈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취재 현장의 룰이다. 이는 세계공통이다.
16일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출두 과정에서 민노당 측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이를 제지한 중앙일보 사진부 김춘식기자가 구설수에 올랐다. 어떤 신문은 과잉충성을 운운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경호원 기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김춘식기자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간 사진기자다. 그 대상이 회사의 사주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수백명의 취재진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현장에 나와서 출두하는 홍 전대사의 동선을 그리고 포토라인을 설정하고 인터뷰 지점까지 정해두고 있었다. 이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룰이 아니다. 적어도 취재진, 검찰, 홍전대사 측 등 3자의 약속에 의해 정해진 현장의 룰이고 질서다. 일종의 신사협정인 셈이다.
민노당의 기습시위는 현장의 질서를 일순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들이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김기자는 이들로 인해 사진기자 본연의 임무인 사진취재를 못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시위대가 갑자기 카메라를 막고 나선 것이다. 질서를 깨고 들어온 훼방꾼을 제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그 정도는 점잖은 제지다. 아마도 사주가 관련돼 있으니 그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사진기자에게 사진을 찍고 못찍고는 '밥줄'이 달린 문제다. 어느 사진기자건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김기자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뒤에 일직선 상으로 서 있던 많은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타사 사진기자들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죽했으면 현장의 모든 기자들이 민노당 시위대의 기자회견 취재를 거부했을까.
당시 상황을 보도한 연합뉴스를 보자.
<결국 홍 전대사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던 수십명의 취재진은 이들의 기습시위에 막혀 중요한 취재현장에서 헛걸음을 한 셈이다. 30분 넘게 취재에 공을 들인 취재진이 "목적도 중요하지만 절차는 지켜야 할 게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하자 민주노동당 이승헌 대외협력실장은 "죄송하다"고 연방 사과한 뒤 플래카드를 걷고 철수했다. >
문제를 일으킨 민노당측이 즉석에서 '연방' 사과했으면 그것으로 끝났어야 할 문제다. 현장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민노당의 돌출행동에 항의했던 기자들이다. 또 김기자에게 고마움 까지 표시했던 사진기자들이다. 그런데 회사로 돌아가서는 김기자를 '경호원 기자' 운운하며 씹어 대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들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기자라는 사실이 참 부끄러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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