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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6 18:46 수정 : 2005.11.16 18:46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미디어전망대

중국에 유해음식이 범람한다는 소식이 잊을 만하면 전해지곤 한다. 밀가루를 섞은 분유를 마신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든지, 메틸알코올로 만든 고량주를 마시고 떼죽음을 당했다든지 숱하게 많다. 국내에서도 중국산 유해음식이 적지 않은 말썽을 일으켰다. 표백 찐쌀, 농약 인삼, 중금속 고추, 탄저병 양념, 발암물질 뱀장어 따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무대응·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중국산 김치가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들어오더니 김치파동이 터졌다. 3년 전쯤만 해도 절임배추나 들어왔는데 말이다. 값싼 중국산에 밀리자 국내업체들도 모든 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해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국내업체들이 중국에다 공장을 세워 만들어 가지고 들여왔다.

지난해 6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중국산 배추로 국내에서 만든 김치를 한국산으로 표시해서 판 업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법원은 중국산 배추와 양념을 가지고 국내에서 만들어도 한국산이라고 판결했다. 대외무역법이 실질적인 변형을 가해 완제품을 만든 곳을 원산지로 표시하도록 하기 때문이란다. 배추농사와 김치산업을 두 번 죽인 꼴이다. 그래도 언론은 농민이익과 국민건강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말하지 않았다.

이 판결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왜 한국산으로 표시했느냐는 점이다. 그 이유는 더 비싸게 팔려는 속임수다. 대외무역법의 입법취지는 공정교역에 있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 이 사건은 소비자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농산물 가공품의 원산지는 원료를 수입한 국가라고 보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을 적용하는 것이 옳았다. 이 판결대로라면 국내에서 끝손질만 하면 한국산 김치라는 소리다.

식당이 중국산 김치를 쓰면 그만큼 돈을 더 번다. 그런데 먹는 사람은 그것이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알 도리가 없다. 배추농사도, 양념농사도 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점에도 원산지 표시제를 실시하라고 농민들이 그렇게 애타게 외쳐도 정부나 언론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막상 김치파동이 터지자 소란을 떨며 뒷북치기에 바쁘다.

농민단체들은 검역체계를 뜯어고치라고 꾸준히 촉구해 왔다. ‘선통관-후검사’를 ‘선검사-후통관’으로 바꿔라, 중국에는 검역관을 상주시켜 생산단계에서 안전성을 검사하라, 보따리상의 반입품도 검사하라, 검역인력·장비를 확충하라 등등이다. 철저한 검역은 수입제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농가피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중국에서 많은 농산물을 수입한다. 그런데 이런 말썽이 난다는 소리를 못 듣는다. 재배 과정부터 선적 과정까지 철저하게 검사하기 때문이다. 토양과 함께 수질도 검사한다. 그런데 한국업자들은 싸구려만 골라서 산다. 오죽하면 최고품은 일본으로 가고 최저품은 한국으로 간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정부가 사실상 검역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건강’이니 ‘맛자랑’이니 하는 기사를 열심히 쓰고 말한다. 막상 국민건강을 좀먹는 검역체제는 거의 고발하지 않았다. 수입식품에 대한 언론의 감시의 눈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비위생적 처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농약, 비료와 함께 항생제, 항균제, 방부제는 얼마나 쓰는지, 유전자 조작식품이 식탁에 오르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국민을 식탁의 공포에서 해방하고 농어민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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