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4 18:15
수정 : 2005.11.14 18:27
[제2창간] 16기들이 미리 내다본 ‘한겨레 서른살에는…’
올해 신입사원들이 2018년 5월15일치 <한겨레> 머리기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가상 기사입니다. 이들이 꿈꾸는 한겨레의 미래, 독자 여러분도 같이 즐겨보시죠.
동아시아 정론지로 떠오른 한겨레=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한겨레> 영문판을 구독하거나 하니닷컴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이는 한겨레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실행한 ‘동아시아 프로젝트’의 결과다.
‘국민주 신문’ 세계 창간모델로 우뚝
‘동아시아 프로젝트’는 남북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진보 언론 매체들이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공통의 인식을 확대시킨다는 취지로 실행됐다. 북한의 인민일보, 중국의 베이징 청년보,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한국 쪽 대표 박겨레(39) 기자는 “협조 체제 확립으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비추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올해 초부터 공동 연재되고 있는 ‘미래를 여는 역사, 두 번째 이야기’는 동아시아 갈등의 한 축인 역사 분야에서 공통의 인식을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이런 협조 체제를 대만 및 동남아시아까지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주 신문이라는 한겨레의 독특한 구조는 ‘한겨레 방식’이라 불리며, 각 나라의 진보 신문 창간에 중요한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경영국 신겨레(38) 부장은 “각국의 진보 인사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한겨레를 방문하고 있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언론사들 역시 한겨레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한겨레는 이들 언론사에 경험을 전수하는 동시에 이들의 정보력을 한겨레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없는 지면 3년=한겨레가 광고 없는 신문을 발행한 지 3년이 지났다. 한겨레는 신문 업계 초유의 실험을 성공시키며, 자본으로부터 ‘완전’ 독립한 신문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재 한겨레는 종이 신문 구독료와 인터넷, 모바일 신문 이용료만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한겨레가 갖는 진지함과 친절함이 부각되면서 광고 없이 경영이 가능한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한겨레는 기존의 광고면을 독자를 위한 ‘열린 지면’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겨레(40) 경영기획실장은 “광고 없는 신문의 정착은 한겨레가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신뢰를 얻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는 한겨레가 제2의 창간운동 이래 꾸준히 지면 혁신을 추진하고 정론지로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지본으로부터 완전독립…북 최초 진출
한겨레의 변신을 주도한 최겨레(41) 편집위원장은 “한겨레가 지난 10여 년 동안 달성한 다양한 성과를 보라”며 “전문가와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가장 즐겨 읽고 신뢰하는 신문 1위에 선정됐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신문을 한국어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신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우리말 지킴이상’을 3회나 수상했다”고 말했다.
통일신문으로 거듭나게 된 한겨레= 한겨레는 오늘 평양에서 역사적인 제2본사를 열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신문으로서 새로운 역사적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제2본사 개관은 한반도 분단 70년 만에 남쪽 언론사가 북쪽으로 진출하는 최초의 사건이다. 제2본사 설립을 주도한 김겨레(37) 추진단장은 “이번 개관을 통해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던 남북 주민간의 사회·문화·정치·경제 등 다양한 차이 해소에 결정적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6·15 공동선언 15돌 행사 때 ‘언론사 교류사업’이 확정된 이래, 한겨레는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통일신문 한겨레’로 거듭나게 됐다. 김 단장은 “10여년 전 제2창간 운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신문으로 거듭났듯이, 이번엔 제2본사 설립을 통해 통일 신문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서울뿐만 아니라 평양 제2본사에서도 주주를 모집할 계획이다.
글/김정인 서규석 신의상 정성훈 최현준 하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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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한겨레 & 우리들의 각오
믿음주는 한겨레에서 한발짜가 더…
기자직 맏형=초등학생 시절, 저는 소를 타고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에게 된통 혼이 나곤 했어요. 소가 허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참다 못한 저는 몰래 소를 몰고 마을 뒷산에 올랐어요. 그리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한나절을 신나게 놀았지요. 어느덧 해거름이 되어 산에서 내려갈 즈음, 어둑어둑한 산길을 내려가려니 처음 온 곳처럼 갑자기 주위가 낯설어 보이는 거예요. 마음은 마른 찰흙처럼 굳어지고, 어둠마저 한 입 한 입 풍경을 지워나가더군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때 소가 느릿느릿 제 앞을 지나 산 아래로 걷기 시작했어요. 소를 잡아 끌 힘도 없는 나이였으니, 할 수 없이 소가 가는 대로 뒤를 쫓아갈밖에요. 그렇게 얼마쯤 걷다 보니, 요술처럼 우리집 뒷마당이 나타났어요.
한국 사회에서 <한겨레>는 제 어린 날의 그 소와 같은 존재일 겁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로 가는 ‘길잡이’가 한겨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한겨레가 말하는 것들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잘라 말해, 어린 시절 그 소를 믿었듯이, 지금 저는 한겨레를 믿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개선하는 것. 그래서 저는 한겨레에 이렇듯 ‘올라탔습니다.’ “조용히 이루어다오, 네 의지의 무게를.”
종이신문 미래 어둡다? 우린 달라!
경영관리직 늦둥이=‘스물일곱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한겨레였다’라고 미당 서정주님의 시구를 들먹이며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호기롭게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전형과정에서부터 최종 입사의 순간까지 한겨레를 첫 직장으로 선택할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지난 2년 간 악화한 경영 상태와 언론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종이 신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망설임을 깊이 담아두지 않은 것은 입사과정에서 한겨레의 미래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이자 한국 언론계의 대표적인 진보언론이라는 확고한 위치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또한 제2 창간 운동에서 증명되듯이 그 어느 신문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은 또다른 희망입니다. 무엇보다 한겨레신문사 임직원들의 언론시장의 새 영역을 발굴하려는 열린 사고와 치열한 노력 속에 한겨레의 미래는 밝습니다.
한겨레는 이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온몸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혜롭고 영리하게 살아가는 미래와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한겨레와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회사에 돈 벌어주는 사워 될게요
경영관리직 화수분= “저희 회사 광고 좀 제발 실어주시죠.”
“역시 한겨레신문입니다. 3년 장기구독 신청할게요.”
“문화센터, 초록마을 어느 것 하나 실패한 사업이 없는 언론사는 한겨레뿐입니다.”
10년 뒤 제가 듣고 싶은 말입니다. 굳이 우리가 광고영업을 하지 않아도 기업광고를 들고 찾아오는 회사 임원, <한겨레>를 믿고 지지하며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의 사업들이 번창하는 일. 이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과 주주들이 꿈꾸는 미래 한겨레 모습일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한겨레신문사는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을 뚫고 신문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한겨레신문사는 신문을 통해 우리 사회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의 샘이 마르기 시작하고, 결국 제2 창간 운동을 벌이는 데까지 오게 됐습니다.
한겨레신문사는 언론사이기 이전에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입니다. 신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판매하고,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세상이 됐습니다. 한겨레신문사의 두둑한 주머니는 그 누구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경영관리로 한겨레신문사에 이윤을 주는 사원이 되겠습니다. 광고 영업뿐만 아니라 한겨레의 여러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기획·운영하고 ‘100만 독자 시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10년 뒤, 한겨레 미래를 바꾸겠습니다.
창간 이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겨레신문사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16기 신입사원들은 말하고 싶습니다. “힘내라, 한겨레! 너의 미래는 밝다.”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창조적으로
기자직 콩비지=결코 길지 않은 이 ‘다짐’을 쓰면서도 벌써 여러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작은 것일수록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내가 쉽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딛는구나’라는 부담감이 머릿속을 짓누릅니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를 늦춰 보려 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무모함(?)은 어디로 갔는지.
기자라는 일이 제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창조적인 일이 기자가 아닐까 하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나와 세상 사람들의 삶을 좀더 창조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저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기에 손을 내밀었고 한겨레는 제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믿은 건 저 자신뿐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믿어준 한겨레이기에 ‘여기가 어떤 곳일까’하는 호기심이 불쑥 생겨납니다. 한겨레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쉽게 흥분하지도, 지치지도 않습니다. 그런 한겨레를 저도 한번 믿어보려 합니다.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지만 실속 있는 것들이 인정받는 세상을 여는 데 한겨레가 몸소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디쯤 제가 할 몫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선물이 되고픈 마음 한겨레를 채워나가는 열다섯 새내기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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