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2 18:31
수정 : 2005.11.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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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식출범한 신문유통원은 강기석 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사업계획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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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외 400억 자체조달’ 신문사들 난색…시장독점 3사 반발도 여전
신문산업 발전과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신문유통원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또 신문발전위원회도 이번 주중 사무국장 등 인선을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문유통원은 1일 공식 출범해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앞으로 광범한 지국 현장조사를 벌이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1~3월엔 20명 규모의 유통원 본사를 세우고, 시범 사업단을 구성해 4월부터 직영·위탁 공배센터의 배달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첫 회의서 지국 현장조사부터 벌이기로
2006년초 본사 건립·4월 시범 배달 서비스
신문유통원이 이른 시일 안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통원 활동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기획예산처가 원칙으로 세운 국고와 민간의 ‘매칭펀드’(공동출자)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9월말 유통원의 예산을 1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이면서 유통원 예산 집행 때 국고와 유통원 수입(배달 수수료), 신문사 출자금의 비율을 2:4:4로 해야 한다는 ‘고려사항’을 제시했다. 따라서 유통원이 내년 정부 예산 100억원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200억원의 배달 수수료와 200억원의 신문사 출자금 등 모두 4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기획예산처의 방침은 신문사들의 유통원 참여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9월 유통원 설립준비팀의 자체조사 결과에서도 12곳 언론사 중 11곳이 매칭펀드에 대해 ‘불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거액의 신문사 출자금은 유통원 참여에 부정적인 조·중·동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소형 신문사들에게 더욱 짐이 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내년 4월부터 설치해야 할 직영 공배센터 설치비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위탁 공배센터의 경우는 기존 지국 건물이나 시설을 현물출자로 인정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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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년 신문유통원 운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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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원 이사인 김영호 언개련 공동대표는 “유통원은 재단법인 특성상 돈을 지원하는 일이 많은 조직인데, 누가 그런 조직에 거액을 내고 들어오겠느냐”며 “매칭펀드 원칙이 유통원의 공공적 활동에 작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발전위원인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유통원은 개별 신문사들이 공동배달기구를 만들지 못해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신문사들이 거액을 출자할 수 있다면 스스로 유통회사를 만들지 왜 유통원에 들어오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의 이우성 문화미디어산업진흥과장은 “공배센터의 다수를 위탁센터가 차지하게 돼 지원을 적게 하고 유통원 수입과 출자금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며 “유통원을 실제로 운영해본 뒤 출자금 부담으로 문제가 생기면 기획예산처와 이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원 성공에 또하나의 관건은 충분한 배달 부수의 확보다. 유통원은 기존의 신문사별·지역별 지국을 신문사와 관계없이 각 지역별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야 배달 밀도가 높아져 배달센터들이 효과적으로 배달하고 흑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신문사별 지국은 각 지국이 배달해야 하는 지역은 넓고 부수는 적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신문 전체 배달 부수의 70% 가량을 점하고 있는 조중동 3개사가 유통원 참여에 부정적이어서 그밖의 7개 중소형 일간지 등 나머지 신문사의 부수를 모두 확보한다고 해도 채산성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유통원은 내년 중 조중동 가운데 최소 1곳 이상을 참여시킬 계획이나, 실현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조선> <동아>는 신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한국언론재단의 지난 2월 조사결과 일간지 지국 가운데 30% 가량이 대형·중소형 신문사 지국을 겸하고 있었다. 유통원으로서는 이런 지국들에게 약간의 지원을 해주면 공동배달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조중동의 초기 참여에 대해 전국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에서는 유통원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밖에 신문 관련 기구들의 통합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큰 틀에서 신문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효율적 지원·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한국언론재단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새로 문을 연 신문발전위와 신문유통원의 통합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화부나 기획예산처는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유통원 지원 예산을 한 덩어리로 파악하고 있으며, 유통원 예산이 부족할 경우 신발금과 지역신발금으로 지원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강기석 신문유통원장은 “정부나 기관들의 이해가 엇갈려 4개 단체가 병렬하게 됐는데, 방송위원회처럼 큰 틀의 신문위원회가 꾸려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전체 사업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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