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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6 20:35 수정 : 2005.10.26 20:35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미디어전망대

이 나라의 북녘은 반세기가 넘도록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밀폐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세계화·개방화로 치닫는 시대조류에 힘겹게 역류해 왔다. 이제는 몰아치는 폐쇄의 역풍을 지탱하기 버거운지 문틈이 조금씩 벌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남쪽에서 그곳을 10만명이나 다녀온다니 변화가 미풍에만 그치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남쪽의 수구신문은 의식의 박제 속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며 반공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어느 대학교수가 한국전쟁을 빗대 통일전쟁 운운했다고 수구언론이 나라가 거덜날 듯 난리를 핀다. 생각이 다르면 허튼 소리쯤으로 치부하면 될 일을 두고 말이다. 남쪽 체제의 우월성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아는 데 있다. 그런데 수구언론은 시대변화에 따라 이미 수명을 다한 보안법을 들고 나와 그에게 족쇄를 채우라고 닦달한다. 공안검찰이 화답하자 한나라당이 풀무질하며 기세를 올린다. 뜻을 같이하던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권언복합체가 연대력을 과시하여 올린 성과이다.

색안경을 끼면 사물이 채색되어 투영되기 마련이다. 공안검찰의 눈에는 그 교수의 소리가 벌겋게 비칠 줄 모른다. 그를 구속수사하려고 하자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을 말했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으니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라는 당부의 뜻일 것이다. 거기에는 수사내용에 대한 구체적 간섭·개입이 없다. 그런데 수구언론은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질타하고 나섰다.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여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국기문란이니 체제위협이니 하는 극한적 언사까지 쓰면서 연일 ‘사퇴’를 합창한다.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검찰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청법은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장관은 수사에 관해 원론적인 언급조차 못한다는 것이 수구언론의 논리다. 그럼 검찰은 정부조직 내에서 어떤 지휘·감독도 받지 않는 초법적 독립체제란 말인가? 국민은 어떤 임명직에게도 그런 절대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수구언론은 검찰한테 장관의 부당한 간섭에 반기를 들라고 채근한다. 그것이 마치 정의인양 말이다.

법대로 라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아직도 냉전사고에 젖은 검찰은 공안사건이라면 관례에 따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법을 어기는 짓이다. 그런데 수구언론이 인권존중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공안검사와 동조하는 것이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에 있다. 아직도 독재체제 아래서 정권안보에 봉사하며 권력남용에 탐닉해온 검사들이 건재한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시대 변화를 알리고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말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신문시장을 장악한 수구신문은 정파적 시각에서 의제를 설정하는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그들은 어깨동무하여 생성한 가공의 여론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조장해서 나라를 흔들곤 한다. 그러면 군사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이 가세하여 정치공세를 펴고 수구언론은 그것을 다시 받아서 여론재판에 나선다. 높은 전파력에 의해 그것은 진짜 여론처럼 비친다. 이것은 언론행위가 아닌 선동정치다. 그런데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도 그 가짜 여론의 파고에 휩쓸려 때로는 그들과 비슷한 소리를 왕왕 불어댄다. 천정배 장관은 가짜 여론에 손들 이유가 없다.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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