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경력기자 상시 채용’방침은 언론인들의 경쟁과 이동을 활발히 하는 것과 함께 대형 언론사로 유능한 언론인들이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겨레>의 2005년 수습 공채 필기 시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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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65일 문호개방 공표…‘판박이 수습’ 개선-인재독점 우려 엇갈려
지난 6월 미국 뉴욕 한복판의 <뉴욕타임스> 본사의 한 사무실. 견학을 간 한국 기자가 <뉴욕타임스>의 관계자에게 물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을 어떻게 교육시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자부심과 오만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경력 기자만을 뽑기 때문에 따로 교육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54년 ‘한국’ 견습공채 첫 도입…기수 중심 배타적 폐단
자본·영향력 약한 중소매체 적극적 인력관리 서둘러야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지 모르겠다. 지난 10월21일 <조선일보>는 1면 알림기사에서 경력기자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은 “지금까지의 수습기자 선발에 덧붙여 다른 신문에서 취재력과 글솜씨로 두각을 나타낸 기자들을 365일 폭넓게 받아들이고, 다른 분야에서 일해온 분들에게도 문호를 열겠다”고 밝혔다. 경력 기자 채용 제도는 현재도 대부분의 전국 일간지에서 채택한 채용 방안이다. 특히 최근엔 경영난에 빠진 중소형 언론사의 기자들이 대거 대형 언론사로 몰리면서 ‘기자 약탈’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력기자 채용은 수습공채의 보완적 성격이 강했고, 비정기적이었으며, 채용 숫자도 적은 편이었다. <조선>의 새 채용 제도 전담자인 김창기 기자역량개발팀장(부국장)은 “시험 한두번 치르고 면접 봐서 기자를 뽑는 방법은 신뢰도가 높지 않았다”며 “이 제도와 수습 채용을 함께 운영해보면 어떤 것이 더 나은 방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회사 밖에도 좋은 인재들이 많은데, 수습 공채로만 뽑아서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고 기수별로 상명하복하면 과연 회사에 발전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조선>의 새 채용 방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1954년 <한국일보>에서 시작한 ‘판박이’ 수습 공채 제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72년 <한국일보> 견습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수습 공채 제도는 취재나 기사작성 등 기자로서의 기본 능력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제도”라며 “이번 제도처럼 기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언론사로 옮길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게 개인이나 회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언론인 채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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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신문개혁특별위원장도 “신문시장의 왜곡으로 언론사들이 임금이나 매체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는 기자들의 대형사 쏠림 현상을 낳을 수 있고, 이것은 여론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변화조짐 속에서 앞으로 각 언론사들이 자기 매체에 맞는 인력 채용 방식을 개발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력기자 채용은 <조선>처럼 자본력·매체력이 있는 언론사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며 “중소형 매체들은 신입 공채나 인턴을 활용하고 우수한 자사 기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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