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이 3년 동안 시행해 성과를 보고 있는 ‘예비언론인 과정’의 수업 장면. 한국언론재단 제공
|
언론재단, 예비언론인 과정 인기 끌자 ‘언론학교’ 추진중…설립 주체·학위 쟁점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 바로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예비언론인 과정’이다. 이 과정은 2003년 입문생 30명 가운데 14명, 2004년 30명 가운데 16명을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인터넷언론에 합격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 덕에 올해 이 과정의 입학 경쟁률은 7 대 1에 이르렀으며, 언론사 시험이 한창인 12일까지 32명의 입문생 중 이미 6명이 언론계에 진출했다. 최근 2년 언론사 합격률 50% 넘어 이런 성과는 언론인 양성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그를 뒷받침할 전현직 언론인 중심의 강사진이 논술, 작문, 기사·기획안 작성, 리포팅 등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6개월간 집중적으로 교육한 데서 나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언론재단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언론인 입문·재교육 과정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저널리즘 스쿨 추진단을 꾸려서 법·제도 문제를 검토했으며, 미디어연구팀에서는 최근 〈한국의 언론교육과 저널리즘 스쿨〉이라는 연구서도 냈다. 언론재단은 이런 검토를 통해 최근 “당장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기는 어려우니, 일단 예비기자학교를 강화한 ‘한국언론학교’를 내년에 추진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널리즘 스쿨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언론인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의 신입 언론인에겐 현장의 실무를 중심으로 한 사전 학교교육이 거의 부재한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에서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의 불가피성을 펼쳤다. 일부 학계에서도 저널리즘 스쿨의 필요성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관련 학과가 이론 중심이어서 실무적 능력을 요구하는 언론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며 “언론인 출신 교수들과 언론재단을 중심으로 최근 실무 중심의 교육기관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저널리즘 스쿨은 단지 실무 능력이나 방법론만이 아니라,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 요구되는 언론 철학과 윤리, 정신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저널리즘 스쿨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가파른 고개는 기존 신문방송학과나 언론학과 대학·대학원들의 반발이다. 현재 전국에는 100여 대학에 120여개 언론 관련학과가 있다. 만약 실무 중심의 저널리즘 스쿨이 생기면, 학생들이 기존 대학에서 이곳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윤후상 언론재단 연구이사는 “언론학계에서 본격 저널리즘 스쿨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당한다는 점 때문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스쿨은 설립 주체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도 안고 있다. 이번처럼 언론재단이 나서면 자격 시비가 불을 보듯 한데다 문화관광부는 신문발전위원회나 신문유통원 문제로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처럼 문화부와 교육부가 설립 추진 주체나 학위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정작 설립 당사자가 돼야 할 언론사나 언론인들은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 또 저널리즘 스쿨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숙련된 교수 인력을 어떻게 공급할지, 언론사 채용에 스쿨 수료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 난관은 숱하다. 전규찬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현재 영상원에서 제작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언론사에서 토익 점수 등 예전 방식으로 언론인을 뽑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중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계·언론계 공동 설립 바람직 이밖에 저널리즘 스쿨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다. 이상기 기자협회장은 “정부가 설립하게 되면 획일적인 언론인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으므로, 언론사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인력을 뽑아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민주주의가 성숙할수록 시민들이 매체와 보도 내 용을 분석·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므로 수용자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당장의 난제들을 모두 넘어설 수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신력 있는 신문발전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정치·경제·언론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거나, 언론관련 학과를 둔 기존 대학들이 공동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만드는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