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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7 21:24 수정 : 2005.01.27 21:24

21일치 12면 〈조선일보〉 기사(왼쪽)와 같은날 3면 〈한국일보〉 기사. \



<연합뉴스> 등 엉뚱한 뭇매질
“제일기획보다 만만하니까” 지적

지난 일주일을 뜨겁게 달군 ‘연예인 문건’ 유출 파문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연예인이다. 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억울할 법한 이들이 바로 ‘네티즌’이다. 정작 문건을 작성하고 최초로 유포시킨 제일기획이나 동서리서치 등보다 언론으로부터 훨씬 호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20일 오후 송고한 기사에서 네티즌을 ‘몸만 갑자기 커진 어린아이’라고 표현했다. 한 연구소 소장의 말을 빌려 “인터넷은 보편화됐지만 국민들이 정보를 판별하는 자질을 갖추지 못해 이번 파문이 빚어졌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연합뉴스〉는 19일 동서리서치 인터뷰에 응한 관련자들의 해명을 오후 4시37분께 1보로 내보낸 뒤, ‘인터넷 문건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저녁 8시36분께야 내보내는 이해 못할 행태를 보였다. 또 법적 책임을 설명하는 상자 기사에서는 ‘인터뷰 기자 ‘면책’…‘퍼나른’ 네티즌 처벌’ 식의 제목을 뽑기도 했다. 네티즌에 대한 맹공은 〈조선일보〉(21일치 12면 ‘얼굴없는 네티즌 욕하고 조롱…연예인 인격테러’), 〈한국일보〉(21일치 8면 ‘네티즌들 인권침해 무감각’) 등이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면서 더욱 거세졌다. 연합은 자사 기자가 인터뷰에 응해 이번 파문의 한가운데 서 있어 ‘물타기 보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언론들도 네티즌의 책임을 물을 자격이 없긴 마찬가지다. 많은 언론들이 연예인 문건을 ‘X파일’이라 표현하고 문건의 일부 내용을 약간의 모자이크 처리만 한 채 지면에 싣는(〈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선정성을 보였다. 또 홈페이지에 떠 있는 기사 아래에 문건의 출처와 내용 등을 알려주는 리플이 달려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 네티즌들이 문건을 유포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언론들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경향신문〉이 21일치와 25일치 등에서 ‘연예인 X파일 불똥 언론계로’ ‘언론윤리 불감증’ 등의 기사와 기고문을 통해 언론계의 자성을 촉구했고 〈한겨레〉가 25일치에서 ‘이번 파문의 확장자는 황색저널리즘이었다’는 깊이 있는 분석기사를 실은 것을 빼고는, ‘문건 파문’ ‘네티즌 테러’ 보도 일색이었다.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일기획이 관련된 사건이라 언론들이 몸을 사려 만만한 네티즌들만 두들긴다는 일부의 지적은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스포츠신문들이 보도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기자들이 인터뷰에 응한 5개 스포츠지들은 평소와는 달리 이번 사안을 짧게 처리하고 자사 해명에 급급했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책임을 네티즌에게 돌린다면 아무한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언론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인 기자 yi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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