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언론계 양심

동아일보가 14일치 1면에 내보낸 사진(아래)이 세계일보에서 10일치 1면에 실은 사진을 받아 자기기자 이름을 쓴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기사 베껴쓰고 다른 신문 사진 자기것처럼

<조선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가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그대로 베끼거나, 제공받은 사진에 자사 기자 이름을 넣어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은 14일치 A14면 기사에서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강남지역 아파트들의 재산세 부담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12일치 경향신문의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강남 아파트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재산세를 내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기사의 내용은 물론 사례와 코멘트까지 대부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선>은 28일 2면에 ‘기사 표절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싣고 “기사를 표절해 작성한 것이 본사 내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며 “독자 여러분과 경향신문사, 담당기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문화>도 23일치 5면에 실은 ‘반미만화 평통 공모전 대상 수상 논란’ 기사가 같은 날 <조선>의 ‘반미 만화가 대상 받았다’ 기사를 표절한 것으로 확인돼 26일치 1면에 사과문을 실었다. <조선>과 <문화>는 기사를 베낀 기자 등 관련자들을 징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아일보>는 <세계일보>가 지난 10일 1면에 4단으로 쓴 ‘불 밝힌 부산 아펙 정상회의장 누리마루’ 사진을 14일치 1면에 받아쓰면서 자사 기자 이름을 넣고 날짜까지 바꿔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사건은 사진기자협회 사이트에서 처음 문제가 된 뒤 주간 <미디어오늘>에 28일 보도됐다.

이에 대해 양문석 교육방송 정책위원은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보고 최소한의 확인 취재도 없이 기사를 쓰다 보니, 다른 언론에 난 기사를 베끼는 데도 별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외국에 비해 기자 수는 적고 메워야 하는 지면은 많아 기자의 양식이 사라지고 표절이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