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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9 17:21 수정 : 2005.09.09 17:21

“부로소득엔 정당과세” 부도산대책 논조에 호응…발전기금 대열

“서민들 편에서 부동산 문제를 보도하는 한겨레에 공감해 이런 신문이 더욱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생각에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합니다.”

치솟은 부동산값과 집값에 멍들고, 황당한 ‘세금폭탄론’에 놀란 한겨레 독자들이 발전기금을 내며 한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고픈 바람을 한겨레에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다시피 하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며 내놓은 8·31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지나치다” “미흡하다” 등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한겨레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한겨레와 뜻을 같이했다. 한겨레는 창간 이후 줄곧 주거권을 국민 기본권과 경제 전체적 차원에서 바라보았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건전한 근로의욕 조성의 바탕이라고 보아, 일관되게 보유세 인상을 통한 부동산 투기수요 억제를 주장해 왔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권위상(47)씨는 “나도 자그마한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지만 투기꾼을 막고 고급주택에 사는 사람을 겨냥한 세제 개편을 일부 언론이 세금폭탄이라고 기사화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한겨레가 이번 부동산 양도소득세 보유세 강화에 대해 객관적 보도를 통해 진실을 알려줘 잘 봤다”고 말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땅과 집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 불로소득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며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보도 방향을 지지한다는 권씨는 100만원을 한겨레 제2창간 발전기금으로 냈다.

독자 최대현(41)씨는 한겨레의 정치 보도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실수도 자주 한다고 여기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한겨레의 시각에 동의한다며 100만원의 발전기금을 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독자 박지호(40)씨도 자본가의 이익만 대변하는 수구 언론재벌의 횡포에 대항해 한겨레가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이 되어달라며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했다.

일반 시민만이 아니라 부동산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한겨레에 기대와 바람을 실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도 “주택문제에 대해서 공공성의 원칙을 견지해온 한겨레의 보도 방향에 늘 공감하고 있다”며 발전기금 납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한겨레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하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이 극소수의 기득권층을 대변하면서 사실상 온 국토를 투기장화한 측면이 있다”며 “토지 불로소득이 사라져야 건전한 근로의욕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땅은 누가 생산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로부터 빌려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토지제도 덕에 큰 이득을 보는 계층이 기득권을 축소하려는 정책에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으나 올바른 정책의 집행을 위해서는 이를 제대로 알리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중산층보다 빈곤층에 초점둬야”

한겨레 부동산 보도 좀 더! -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김헌동 본부장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이 보는 <한겨레>의 부동산 기사는 어떨까?

20년간 건설현장에서 활동하다 1년6개월 전부터 경실련의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헌동 본부장을 8일 오전 만났다. 이날도 김 본부장은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송파새도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김 본부장은 최근엔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책을 펴내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 △성장률을 높이려는 경제관료 △불로소득을 바라는 재벌 △부동산광고에 목매는 언론 △자리를 보전하려는 학자 등 ‘부동산개발 5적’을 지목해 통렬하게 고발한 바 있다.

“<한겨레>요? 가끔 배달이 안 되면 매번 지국에 전화를 할 정도로 애정이 있지만, 솔직히 섭섭하고 안타까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전부터 판교 개발 등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계속했지만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더군요.”

새도시 건설 대책 꼼꼼히 따지고
집값 급등 과거사 보면 정답 나와

“솔직하게 말하면, <한겨레>가 참여정부를 너무 감싸주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8·31 정부대책이 나온 뒤에도 <한겨레>가 정책이 뭐가 잘못됐는지 제대로 진단을 안 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기사의 중심을 자꾸 아파트 구입이 가능한 중산층에 맞추고 있는 같다”며 “부도 임대아파트나 임대주택 정책, 빈곤층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새도시 건설 등의 공급정책도 제대로 수요를 파악하고 마련한 것인지, 단순히 건설업자들과 부자들의 요구에 밀린 것인지 근본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경련이나 경총에서 대책이 나오자마자 환영 논평을 낸 사실을 한겨레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내친김에 <한겨레>에 대한 요구도 쏟아냈다.

“정부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획기사는 썼지만, 과거 아파트값이 왜 계속해서 뛰었는지에 대한 심층분석이 부족해요. 과거사 진상규명처럼, ‘개발 과거사’도 분석을 해야 합니다. 개발 역사에 대한 진단이 안 되니까 대책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겁니다.” <한겨레>가 환경파괴나 빈부격차, 부정부패의 뿌리인 개발정책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나아가 <한겨레>가 이제 경제정의 문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정치가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먹고사는 ‘경제’ 문제에 있다”며 “한겨레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부동산 기자 수가 조·중·동의 4분의 1이나 5분의 1 수준이니, 어떻게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사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꼬집기도 했다.

“조·중·동은 자신들이 비호하려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새 제도의 약한 고리를 잘 파고들잖아요. 한겨레가 과거 정치·사회 문제에 날을 세웠듯이, 이제 경제 문제에서도 날카로운 화두를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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