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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9 17:17 수정 : 2005.09.09 17:27

투기의 벽, 지금 아니면 언제 허물랴


2005년 상반기 뜨겁게 온 나라를 달군 ‘부동산값 폭등’은 8.31대책과 함께 정부가 “이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는 ‘호언’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신문들의 ‘세금폭탄론’에서 드러나듯, 선명한 차이를 지닌다. 최근 부동산값 폭등과 대책을 둘러싼 한겨레의 부동산 보도를 다른 신문들과 비교해본다.

정부 기본뱡향 발빠른 제시…정책느슨 감시
‘부자신문’들의 여론호도 맞서 조목조목 비판

2003년 10·26대책 이후 잠잠했던 집값이 올해 2월부터 강남과 분당 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당황한 정부는 지난 6월 중순 “모든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른다.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품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한겨레>가, 정책담당자들 만큼이나 바빠졌음은 물론이다.

8월29일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부동산관련 언론보도 토론회.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강남때리기’라고 매도했던 보수언론들이 보유세 강화에 대해 서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며 ‘세금폭탄’ 등 자극적 왜곡보도를 일삼아온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사진/한국언론재단 제공

이후 <한겨레>는 이번이 아니면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할 주춧돌을 영영 놓지 못할 수 있다는 각오로 수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각도의 보도를 시작했다. 이따금 편집국 내부에서조차 “<한겨레>가 부동산 신문이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도시 외곽으로 내몰리는 영세민이나, 내집 마련을 목표로 열심히 저축하는 월급쟁이,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 집 평수를 넓히고 싶은 중산층 등 모두가 내집에서 걱정없이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일은 <한겨레>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우선 일간지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정부 부동산 대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7월5일치 1면 머릿기사부터 시작한 이 연재물은 모두 5차례에 걸쳐 △종합부동산세 2~3%로 강화 △양도세 강화 △분양원가 공개 △주택담보대출 억제 △새도시 공영개발 등을 다뤘다. 각 기사마다 전문가들의 날선 조언과 생생한 현장 사례가 담겼다.

이 보도 이후 다른 일간지에서도 비슷한 기획물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가 진행되면서 <한겨레>가 제시한 핵심 의제들이 차례로 논쟁거리가 됐다.


8월31일 나온 정부대책을 보면, <한겨레>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분양원가 공개는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택담보대출 억제와 새도시 공영개발의 문제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 있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 등 세제를 통한 투기 억제 정책은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논란이 됐었다. 이 때문인지, 세제 정책은 이번 부동산 대책 보도에서 <한겨레>의 차별성을 명확히 드러내 보여주는 분야가 됐다.

실제 <한겨레>는 보수언론과 기득권의 반발이 본격화되자, “부동산 대책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획물을 통해 보수신문들의 여론몰이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8월24일치 3면에 실은 ‘일부 언론, 서민 가면쓰고 집부자 나팔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일부 언론이 대책의 부작용만 부각해, 대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뿐만 아니라, 세대별 합산과세가 위헌적인 정책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서민들의 재산세가 무더기로 늘어난다는 식의 왜곡된 보도에 대해서는 전문가 분석이나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기사가 나간 뒤 <한겨레> 보도에 인용된 기사를 작성한 한 일간지 기자는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편집국 간부의 주문에 따라 기사를 쓰긴 했지만, 최근 대다수 신문들의 보도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전세 사는 나는 정부가 더 강력히 나가야 한다고 보는데, 실제 기사는 그렇게 못쓰니 참 환장할 노릇”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런 <한겨레>의 ‘중심있는’ 보도는 대책의 윤곽이 드러난 8월17일~29일 사이의 신문보도를 분석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의 모니터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민언련은 이 보고서에서 “정부의 대책을 폄훼하는 데 골몰하는 보수신문들이 경기 위축, 세금폭탄론, 서민 피해자 양산, 계층·지역간 갈등 등 침소봉대 논리를 만들어 기득권과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융단폭격식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어 “<한겨레>와 <경향>이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의 방향에 대체로 찬성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향>이 양도세율 인상의 부작용이나 가구별 합산의 위헌소지 등을 들어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 반면, <한겨레>는 세제에 있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이런 논조 차이의 원인과 관련해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각 신문에 실린 부동산 광고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문 전체 광고 가운데 부동산 광고의 비중을 보면, 조선(22.7%), 동아(22.1%), 중앙(21.9%)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경향이 8.5%, 한겨레는 6.8%에 불과했다. 민언련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정책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이른바 ‘시장의 논리’를 앞세워 집부자와 땅부자, 건설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부자신문들의 여론호도도 한 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겨레>는 정부 대책이 보수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점점 무뎌지는지에 대한 감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책발표 직전인 8월29일치 3면 ‘부동산대책 또 고양이 그리나’ 같은 기사나, ‘분양원가 공개 등 핵심 사안을 빠트렸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한 기사가 이런 경우다. 현재 <한겨레> 편집국에는 “대책이 미흡하지만, 우선 이마저 국회나 시행 과정에서 또 왜곡되는지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 발판을 마련했으니, 대책의 효과를 봐가며 보완할 부분을 찾아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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