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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8 18:49 수정 : 2005.09.08 18:49

경인방송 중단 사태

중기협·기독교방송·새방송준비위 등 나설 듯 방송권역 확대로 SBS 위협할 민방 될지 주목

방송위원회가 경인방송(아이티브이) 텔레비전 방송 중단 사태 9개월만인 7일 후속대책을 내놨다. 올해 안에 새 사업자를 뽑고 새 사업자에게는 경기북부까지 방송권역을 넓혀 준다는 것이 뼈대다.

그동안 “연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 “연내 선정이 힘들다”며 오락가락했던 방송위가 7일 연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쐐기를 박자, 방송계 안팎에선 대체적으로 환영 분위기이다.

이날 발표로, 경인방송 새 주인 찾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권역 확대로 새 사업자가 <에스비에스>에 이은 경인지역 제2 민방으로 발돋움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주인은 누가? =그동안 경인방송 새 주인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곳은 4~5곳에 이른다. 방송위가 경기·인천 지역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심사기준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연고기업들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이에 따라 새 사업자를 준비 중인 업체들은 인천·경기 지역 쪽 기업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신청할 전망이다.

우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소기협중앙회)는 인천남동공단 등 수도권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신청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협중앙회는 경인지역 민방이 ‘전국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 구실도 하기를 내심 바랐는데, 방송권역이 확대됨에 따라 사업자 신청에 더욱 적극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방송계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온다.

<기독교방송> 역시 텔레비전 사업 진출이라는 숙원을 위해 경인민방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기독교방송>은 특정 종교재단 소유란 점에서 <불교방송> 등 다른 종교 단체와 손잡고 특정 종교색을 엷게 하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방송>은 <한국방송>처럼 2개 채널을 보유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을 검토했으나 방송위가 기존 지상파 방송 참여를 불허해 현재로선 인수전 참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존 경인방송 법인의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인방송 법인은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에 승소할 경우 공모에 참여하기도 어려운데다, 행정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공모에 뛰어들기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어서 행정소송 취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티브이 전 노동조합(희망조합)과 시민단체, 언론노조 등이 참여한 ‘경인지역 새 방송 창사준비위원회’도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내세우며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 일요신문·우먼센스 등을 발행 중인 서울문화사와 가천의대 길병원도 거론되고 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새 사업자가 민방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공익성 확보가 우선돼야 하며, 또 지역방송이란 점에서 지역 주민 참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방송위가 이런 점을 고려해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이달 안으로 세부 정책방안과 심사기준안을 마련한 뒤, 10월 선정 공고를 내고, 11월 신청접수를 받은 뒤, 12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안으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2 경인지역 민방될까 =새 사업자는 방송권역이 기존 인천·경기남부에서 경기북부까지 확대된다. 이 경우 경기북부 260만명을 포함해 1250만명의 시청권을 확보하게 돼 매체 영향력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매력이 큰 방송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서울로의 지상파 방송은 차단된다. 하지만 올해부터 케이블티브이방송사(에스오)를 통한 재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2의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이 탄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방송사는 <에스비에스>를 위협하는 민방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기존 방송사들은 영역확대 등이 일종의 특혜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는 과거 경인지역 민방도입 과정의 정책 실패를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선 권역 확대와 외주 프로그램 확대 등으로 사업성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과거 경인방송은 방송권역이 인천과 경기남부로 제한 된데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 100%를 만들어야 했다.

일부에선 새 사업자가 연착륙을 하게 되면, 광고와 시청률 등을 놓고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성급히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스비에스>가 지역 민방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 등을 따져봤을 때, 새 사업자가 <에스비에스>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번 후속대책을 계기로, 언론계 안팎에선 경제적으로 낙후됐고 언론 보도에서도 소외됐던 경기북부 쪽을 새 사업자가 보듬고 드러내 보이는 방송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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