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26 17:30 수정 : 2005.08.26 17:32

아쉽게도 국민공모를 통해서도 한겨레 제호 새 얼굴은 찾아지지 못했다. 뒤집어 말하면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 만든 한겨레신문사의 제호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고 높았다.

한겨레신문사는 8월15일치 ‘알림’을 통해 한겨레 제호디자인 국민공모 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선작을 내지 못한 채 우수상과 가작만을 선정했다. 지난 5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모두 264명이 응모하였고 한겨레로부터 심사를 위임받은 심사위원단은 당선작을 뽑지 못한 채 우수작에 고봉석씨 등 5명의 공동작품(위)을, 가작에 김현기씨 작품(사진 아래)을 선정했다. 지난 5월16일 창간 17돌을 맞아 제2창간을 선언한 〈한겨레〉는 제호를 바꾸기로 하고 국민공모를 벌였다.

애초 한겨레 제호 변경작업은 5월16일치에 선보인 새로운 활자체 ‘한결체’와 함께 준비되었으나, 타이포그래피 전문회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디자인 시안은 한겨레 구성원들의 ‘눈높이’를 통과할 수 없었다. 이 회사가 마련한 활자체인 ‘한결체’에 대해 사내 안팎에서 “신선하다”는 호응을 보인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에 한겨레신문사는 새로운 제호 디자인 채택을 위해 전문가집단만이 아닌 국민 전체로 참여 범위를 넓혀 공모를 추진했다.

공모 마감 뒤 심사위원들은 차차로 수준작이 없다는 데 합의하고 여섯 분의 작품에 대해 수정·보완을 의뢰하고 이를 대상으로 2차 심사를 했다. 3시간 넘는 토론 속에서 진행된 2차 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가운데 당선작을 선정하기 힘들다는 데 합의했다. 정병규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서 “고봉석씨 등 5명의 공동작품은 독립적으로 높은 수준이 인정되었지만 지면과의 조화가 결점으로 지적되었다”며 “이번 한겨레 제호 디자인 공모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지만 한국 언론의 닫혀 있던 영역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일”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심사에는 권혁수(디자인과 사회 대표), 김형윤(김형윤편집회사 대표), 정병규(정병규디자인 대표), 한재준(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홍동원(글씨미디어 실장)씨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백두산서 내려와 녹색띠 두르기까지

‘창간~제2창간’ 제호 변천사


무릇 이름과 얼굴은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일차적으로 구별해주는 으뜸가는 표지다. 더욱이 한겨레신문사의 제호는 겨레의 염원으로 태어난 한겨레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상징으로 구실해 왔다.

창간 때 제호 〈한겨레신문〉은 새신문 창간준비조직이 1988년 당시 발의자들과 젊은 층의 의견을 모아 결정되어 전문가들이 4개월 넘는 각고의 작업 끝에 마무리되었다.

목판글씨체로 된 당시 제호는 조선시대 〈오륜행실도〉에서 집자한 것이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의 글씨는 예리한 맛이 강해 이 글씨체를 그래픽디자이너 이대일씨가 부드럽게 가다듬고, 목판화가 유연복씨의 백두산 천지도를 배경으로 입혔다. 창간 때 제호 도안 선정 작업은 유홍준 미술평론가(현 문화재청장)와 공예가 노현재씨가 맡았다.

창간 때의 제호는 1995년 5월 대대적인 지면 편집혁신을 하려고 젊은 감각의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을 대거 수용하는 과정에서 배경그림의 백두산 천지와 네모칸이 사라지게 되었다. 백두산 천지 배경그림과 네모칸이 새로운 편집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고 지나치게 예스럽다는 평가에 따라 바뀌게 된 것이나, 창간 당시의 제호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한겨레 식구들과 독자들은 제호 디자인 변경을 크게 아쉬워하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듬해인 1996년 10월 서울대 미대와의 산학협동으로 지면 디자인을 더욱 가다듬는 과정에서 목판 글씨 제호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현재의 글씨체로 바뀌었다. 이때 제호도 한겨레신문에서 ‘신문’ 두 글자를 떼어내고 한겨레가 지향하는 평화와 생명의 상징색인 녹색띠를 바탕으로 깔았다. 이 작업은 서울대 미대 조영제·백명진 교수가 맡았다.

이제 녹색띠 한겨레 제호가 새로운 얼굴에 자리를 내주려 하고 있다.

제2창간을 선언한 한겨레가 신문의 얼굴인 제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지금 디자인은 낡았다는 반응이 많고 디자인적 차원에서 다양한 변형 등 응용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변경을 추진한 까닭이다. 지금 녹색띠 제호는 배경에 색깔이 들어가는 음영 글꼴이라 막힌 느낌을 주어온 것도 한 이유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