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6 17:24
수정 : 2005.08.26 17:25
“옻칠 그림에 황칠 입힌 세계 최초의 화법”
한겨레 발전기금으로 써달라고 또 하나의 ‘작품’이 기증되었다.
황칠 공예가 구영국(45)씨는 한겨레신문사 앞으로 ‘황칠관음보살상’을 기증하며 한겨레 제2창간의 성공을 기원했다. 작품은 캔버스에 옻칠로 연꽃을 그린 배경 위에 황칠로 그린 관음보살상을 가운데에 배치했다. 작가는 붉은 옻칠로 그린 연꽃은 피었다 지고 다시 피는 세상만사의 윤회를 뜻하며 그 가운데서 미소로 피어나는 관음보살이 너그러움과 자비로움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옻칠로 그림을 그리고 황칠을 보탠 기법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화법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늘에서 말려야 하는 옻칠과 볕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황칠 작품이 하나의 화폭에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황칠’은 황금빛이 나는 천연 칠감(도료)으로 삼국시대부터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애용되었으나, 200여년 전인 조선시대에 맥이 끊겼다가 최근 다시 그 기법이 되살려진 전통 칠공예다. 황칠나무 수액에서 얻은 도료를 칠하면 금박을 입힌 것처럼 은은한 금빛이 나고, 좀과 녹이 슬지 않는 황칠은 몇백년이 지나도 은은한 금빛이 유지된다.
황칠은 황칠나무 껍질에 상처를 입혀 뽑아낸 수액으로, 유백색이던 액이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에서 서서히 황색으로 바뀌는데 이를 정제해 만든다. 황칠나무는 거제도, 완도, 보길도, 홍도 등 남서해안과 섬 지역에서 자란다. 그러나 수령 15년이 지나야 수액 채취가 가능하고, 채취량 또한 나무당 8.6g에 지나지 않는 귀한 천연도료다.
“금박이 눈부시어 요란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황칠은 은은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 빛을 낸다”는 게 황칠의 매력이다.
구씨의 작품은 1991년 청와대 본관과 영부인 접견실 등에 전시된 바 있고, 지난해 육군박물관에 작품이 전시되어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구씨는 올해 전국 순회 전시회를 준비중이며, 곧 〈한국의 황칠공예〉란 책도 펴낼 예정이다. 구씨는 공예계에 입문해 옻칠 명인 이상호씨와 동양화의 허영 화백 등을 사사했고, 2002년 신미술대전 대상과 2003년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구씨가 기증한 작품은 지난 7월 지면을 통해 소개된 한국화가 김승근씨의 경우와 같이 소장을 희망하는 독자에게 판매해 그 금액만큼의 한겨레신문사 주식을 구씨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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