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6 17:12
수정 : 2005.08.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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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희망대표 33인이 지난 7월21일 서울 중구 언론회관에서 ‘우토로 살리기 희망모금’ 발족식을 열고 첫 모금 약정을 하고 있다. 영화배우 김혜수, 안성기씨를 비롯해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대표 등이 희망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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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인 징용촌 소유주 땅 몰래 팔아
주민 강제퇴거 위기 “땅 살 돈이 필요해요”
“모금운동을 시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제퇴거 위기에 내몰린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의 엄명부(49) 주민회 부회장. 그는 지난 6월1일 서울을 방문해 어눌한 한국말로 겨우 한 문장을 마쳤다. 〈한겨레21〉이 우토로국제대책회의와 함께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직후였다.
우토로 모금을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우토로 주민들과 함께 광복 60돌을 맞은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은 19일 오후 3시까지 2억6758만원의 모금액을 쌓았다.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하던 캠페인 관계자들도 지금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우토로는 일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조선인 강제징용촌이다. 일제 때 교토 군용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조선인 노동자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다. 해방 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은 이곳에 눌러앉아 살게 되었고, 땅 점유권이 관행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1987년 땅 소유주인 닛산차체(현 닛산자동차)가 주민들 몰래 땅을 민간에 팔아넘김으로써 문제가 시작됐다. 땅을 넘겨받은 서일본식산이 89년 “땅을 비우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퇴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 200여명의 우토로 조선인들은 ‘강제퇴거’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땅을 직접 사들이기로 결심하고,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이 모을 수 있는 돈은 1억엔(10억원). 땅 소유주인 이노우에 마사미는 5억5천만엔(55억원)을 제시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차액은 45억원에 이른다. 한국 시민사회와 정부가 45억원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한겨레21〉의 모금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21〉은 1999~2000년 46주 동안 ‘베트남전 양민학살, 그 악몽 청산을 위한 캠페인’을 펼친 적이 있다. 이 캠페인은 한국 사회에 한국군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성찰할 것을 도전적으로 요구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모금운동은 성공적으로 끝나며 한-베 평화공원을 건립했다.
우토로도 베트남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모금액수가 목표 액수의 5%밖에 안 되지만, 우토로 캠페인 관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흥에 겨워 있다. 아름다운재단을 중심으로 희망대표 33명이 전개하는 모금운동이 파도를 타고 있고, 한겨레신문사 임직원들도 자신의 월급 일부를 떼어 기부하는 ‘우토로 1% 약정운동’에 참여했다. 모금운동에 참여한 1600여명의 개인과 단체, 에이아르에스(ARS) 모금 전화를 2만8000여번 돌려준 개미군단의 대열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한겨레 독자들이 뿌린 희망의 홀씨가 점점 바다 건너 우토로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남종영 〈한겨레21〉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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