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간 소송 남발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

원고·피고 언론사 분포

윤길용 MBC피디 ‘언론사 소송’ 분석

　“언론사는 소송에 투자할 여력을 좀 더 충실하고 날카로운 비판에 쏟아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방송사 현직 피디가 한국 언론사들 사이에 벌어진 소송의 의미와 한계를 지적하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윤길용 피디가 그 주인공으로, <한국 언론사간 소송의 원인과 그 유형에 관한 연구>로 최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1989년 말부터 2004년 말 사이 벌어진 언론사 간의 소송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를 보면, 이 기간 중 발생한 언론사 간 소송은 총 67건이다. 매체 간 비평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2001년도가 19건(27.9%)으로 가장 많았다. 매체별로 보면, 신문사 간의 소송이 20건(29.4%)으로 가장 많았고, 방송사와 신문사 사이의 소송이 19건(27.9%)이었다. 방송사와 방송사 간의 소송은 4건(5.9%)으로 소수에 그쳤다.

소송을 가장 많이 제기한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17건을 기록했고, 문화방송(10건)과 한국방송(9건)이 뒤따랐다. 가장 소송을 많이 당한 언론사 역시 조선일보가 15건으로 1위였다. 한겨레와 문화방송이 각각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방송과 신문 간의 소송의 경우에는 조선일보와 문화방송이 전체 19건 중에 12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윤 피디는 “2000년대 들어 언론사간 소송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화 이후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언론사 세무조사가 실시되면서 시민단체의 언론 개혁운동이 활발해져 언론사 간의 ‘침묵의 카르텔’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진 언론사가 소송을 남발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언론사 간의 소송은 자사 혹은 사주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 때문에 최종심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소송남용은 오히려 언론사가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침해하는 모순된 결과를 낳는다”며 “언론사 간의 상호비판은 언론의 부패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판의 자유를 가지는 만큼 자신에 대한 비판도 넓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오수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