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8 17:49
수정 : 2005.08.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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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별 불법도청:도청내용 보도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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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청 보도 비중, 도청내용의 2배 넘어
양문석 EBS 전문위원 분석
엑스파일 사건이 터진 뒤 신문과 방송은 안기부 불법도청 보도가 이건희·홍석현 게이트 관련 보도의 거의 2배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두 본질인 불법도청과 도청내용 가운데 언론들은 후자에 더 무게를 실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은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연 ‘이건희 게이트 진실 규명과 공정보도’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양문석 교육방송 정책위원의 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양 위원의 보고서는 사건이 터진 7월21일부터 8월10일까지 21일 동안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네 신문과 <문화방송>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세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다.
양 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의 경우 불법도청 보도 비율이 54.8%로 도청내용 보도(25.4%)를 압도했으며, 두 가지 내용이 혼합된 보도는 13.2%였다. 신문사별로는 이번 사건에 홍석현 전 회장이 관련된 <중앙일보>가 불법도청 71.3%, 도청내용 7.2%로 불법도청 보도 편향이 가장 심했다. 반면 <한겨레>는 불법도청 44.4%:도청내용 39.6%, <경향신문>은 46.6%:36.6%로 비교적 두 문제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55.4%:19.6%로 불법도청 보도 비중이 2배 이상 컸다.
엑스파일 사건 뒤 21일 동안 보도 건수가 가장 많았던 신문사는 <한겨레>로 169건이었으며, <중앙>이 167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선>과 <경향>은 각각 148건, 131건이었다. 또 이번 사건의 보도 건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8월5일 국정원의 불법도청 시인 발표로 8월6일치 신문에 무려 77건의 관련 기사가 실렸다. 또 7월26일 공운영씨 자해·홍석현 대사 사의표명 뒤 27일에도 53건의 많은 기사가 실렸다.
한편 방송의 경우 엑스파일을 가장 먼저 취재하고도 ‘물먹은’ 문화방송의 보도가 17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방송은 152건, 에스비에스는 142건이었다. 불법도청과 도청내용 보도의 비중은 문화방송이 48.9%:39.3%로 균형에 근접했으며, 한국방송은 57.9%:26.3%, 에스비에스는 62%:21.8%로 각각 불법도청 보도 비중이 2·3배 가량 많았다.
양문석 위원은 “초기 보도 때 도청내용에 집중됐던 신문·방송 보도가 25일 참여연대 고발·삼성의 대 국민 사과 뒤 26일부터 불법도청으로 중심이 바뀌었다”며 “삼성의 보이지 않는 압박속에 언론들이 이건희·홍석현·이학수 게이트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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