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15일 `731부대 생체실험 화면'보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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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에 ‘오버’하는 우익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최근 ‘음캠’의 알몸노출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문화방송이 <뉴스데스크>의 731부대 영상 오보로 또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16일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 도중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한 점”에 대해 사과했으나, 비난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뉴스도 이젠 못 믿겠다”“뉴스데스크가 시네마천국이냐”는 등의 시청자들 항의도 만만치 않거니와, “권력의 코드에 편승해 국민을 우롱”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언론협회는 17일 성명을 발표해 “MBC가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조작된 화면을 보도 형식을 빌어 방송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창립한 한국인터넷언론협회는 강승규 프런티어타임스 편집국장이 회장을,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가 대변인 겸 사무총장을,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가 고문을 맡고 있는 단체다. 인터넷언론협회는 지난 1일 ‘음캠사태’와 ‘올드미스다이어리’와 관련해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MBC는 그동안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수언론을 친일언론이라고 매도하는 등 반미·반일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마루타’ 보도 또한 이러한 연장선에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으로 보인다”며,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 실천해주길 바라며 권력의 코드에 편승해 국민들을 속이고 우롱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복절에 맞춰 무리하게 보도하다 벌어진 해프닝이 노무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다 저질러진 ‘예견된 오보’라는 해석이다. 문화방송의 오보를 처음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컬러인 영화를 흑백으로 처리해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보이게 한 점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전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신 대표는 “비판언론 조중동 죽이기에 앞장서온 문화방송이 8·15를 맞아 반일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는 친일=보수라는 현 정권의 코드에 편승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보도했던 안동 문화방송 정아무개 기자는 “사전 왜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수년간 알고 지내온 러시아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선의로 건네준 필름이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마루타>라는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어제(16일) 오후에 알았다”며 “요즘이 어느 시댄데 특종 욕심으로 영화인줄 알면서 조작했겠느냐”고 말했다. 현 정권의 코드에 편승한 결과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입수한 필름에는 문제가 된 동상과 장기적출 장면 이외에도 731부대에 대한 다른 영상과 사진 자료들이 다수 있었다”면서 “그럼 이것도 조작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외국인에게 자료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러시아 군사영상보관소의 기준 때문에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라며 “입수한 필름에는 분명 군사영상보관소의 반출허가승인이 찍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역사기록물 보관 및 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가진 러시아가 영화 필름을 실제상황을 기록한 영상이라고 잘못 인정한 셈이 된다. 이미 진행된 일본과 중국 취재를 바탕으로 731부대 실체에 대한 후속 보도를 계획 중이었던 정 기자는 “지금 본사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늦어도 2주 후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원본 필름과 대조를 거쳐 입수한 필름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한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거듭 사과를 하면서도, “악의적인 비난과 매도에 대해서는 비애를 느낀다”고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민언련은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문제의 화면을 입수하고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고의에 의한 ‘조작’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문화방송의 사과에서도 알 수 있듯 ‘특종’화면의 검증을 소홀히 한 ‘실수’이거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일회성 해프닝에 불과한 ‘오보’에 대해 우익들은 왜 ‘오버’할까? 그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그 답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MBC 등 방송사가 말로는 언론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정권과 유착해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친일·친미로 매도하는 등 마구잡이 음해를 해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언론운동단체 관계자는 “최근 815행사와 관련하여 보여준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우익들의 불안감이 자꾸 무리수를 두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달라진 시대에 홀로 남은 우익들의 위기의식이 ‘카우치’의 알몸파문에 이어 또 한번공중파 방송에 대한 ‘마녀사냥’식 ‘오버’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오승훈 인턴기자 painbird7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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