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5 19:02
수정 : 2005.07.15 19:03
광주·전남 한겨레의 날
오정해·정태춘씨 축하공연, 두 사회자 입담에 관객들 폭소
입이 바싹바싹 탔다. 지난 7일 ‘광주·전남 한겨레의 날’ 무대 장막 안쪽에서 공연을 지켜보면서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저녁 7시 5·18기념문화회관 민주홀 객석을 주주·독자 800여명이 빼곡이 메우면서 열기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주·독자들은 오후 6시부터 회관 안 식당에서 〈한겨레〉가 마련한 저녁식사를 한 뒤여서 ‘식후공연’의 기대감이 높았다.
이날 사회는 광주엠비시 ‘신얼씨구학당’라는 국악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관(38)·지정남(34)씨가 맡았다. 첫 무대에 나선 오정해씨는 〈꽃분네야〉 〈배띄워라〉를 맛깔나게 불렀다. 오씨는 〈진도아리랑〉을 관객들과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을 함께 하며 흥을 돋웠다.
정태기 대표이사는 “그동안 주주들께 제대로 인사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으뜸가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감사패를 받은 김용수(77·전남 장흥군)씨는 17년전 교사인 아들과 함께 500주를 산 주주였다. 박병심(86·광주시 서구 치평동)씨도 며느리에게 “장맛은 바꿔도 신문은 못바꾼다”고 엄명하는 열성 독자로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았다. 조비오 신부도 주주 대표로 “한겨레의 제2도약에 힘을 실어주자”고 제안했다. 주주 자격으로 온 박준영 전남지사도 “신문사에서 해직됐다가 복직돼 한겨레 주식을 사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지만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해 주주로 참여했다”고 회고해 박수를 받았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내가 사랑하는 광주와 한겨레’에 대해 진지하게 설파했다. 연설이 끝나자 사회자가 홍 위원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회자가 “우리 친구가 세상에 요런 것을 다 질문이라고, 홍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하드만요. 근디 파리에서 택시 몰 때 중형 하셨습니까, 소형 하셨습니까” (폭소) “1800시시 했습니다”(웃음). 홍 위원은 이날 주주·독자들에게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다. 가객 정태춘씨는 〈촛불〉 〈떠나가는 배〉 등 3곡을 불러 관객들과 호흡했다.
이날 문화공연의 압권은 창작 소리. 사회자인 유재관·지정남씨가 〈한봉사 세상사 눈 뜨는 대목〉을 걸쭉하게 뽑아냈다. 그 시절 한겨레신문 탄생의 역사적 필연성을 ‘능청맞은’ 전라도 사투리로 재미있게 엮었다. 이들은 출연료 일부를 제2창간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주주들의 애정어린 비판에 이어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경쾌한 연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전남 고흥에서 온 한 여성 주주는 “참 재미있었다. 한겨레가 정성껏 행사를 준비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무대의 공연 진행을 총괄한 광주엠비시 윤행석 피디(그는 〈한겨레〉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징발(?)돼 3주간 고생했다)와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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