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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5 18:58 수정 : 2005.07.15 19:01

한겨레 제2창간 기획 사진전 〈야! 한겨레〉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관람객이 연인원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 6월17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구로구 대림역사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손에 잡힐듯 눈에 보일듯, 그 날들


대학·지하철역 곳곳에 한국 현대사가 내걸렸다. “그땐 이랬단다” 아이 손잡고 나선 부모들…“저 현장에 내가 있었는데” 때론 눈시울 불거지고, 붉은악마 사진은 어디갔나 시민들 슬쩍 집으로

한겨레 제2창간운동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야! 한겨레〉 사진전은 지난 5월부터 서울시내의 대학과 지하철역 등 28곳에서 돌아가며 전시하고 있다. 관람한 연인원이 5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진전을 둘러싸고 다양한 얘깃거리가 생겨났다.

영등포경찰서는 〈야! 한겨레〉 사진전과 관련해 분노한 ‘애국시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인공기 사진과 김정일 사진이 서울 한복판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럴 수 있느냐”는 신고에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이 사진전 현장으로 출동을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시회 현장을 둘러본 경찰은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사진 구경 잘했다”고 평을 남겼다.

성균관대·한국외국어대·중앙대·한양대 등 서울시내 8곳의 대학에서도 열린 사진전에는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총장 등 교직원들도 단체관람을 하는가 하면, 학생들은 전시회를 둘러보고 수업시간이나 보고서에 활용하겠다며 전시회 사진을 일일이 디지털카메라에 담는 경우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대학가에서는 한겨레의 사진전을 보고 비로소 한겨레에 대해 알게 되고 “나도 한겨레 주주가 되어야겠다”고 밝히는 경우도 여럿이었다. 한국외국어대 전시에서는 이 대학 출신인 임수경씨의 방북 사진이 최고의 인기였다. 휴전선을 넘으면서 공안당국에 체포되는 사진의 주인공 임수경씨도 교직원들과 함께 사진전을 관람했다. 임씨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이렇게 초상권 침해해도 되는 건가요?”라며 짐짓 항의해(?) 함께 관람하던 주위에 웃음을 자아냈다.

대학내 전시가 시작되자 몇몇 대학들은 특정 사진을 놓고 한겨레 쪽에 특별한 ‘주문’을 해오기도 했다.

한 대학은 재벌기업으로부터 ‘원조 사과상자’ 특종사진을 빼달라는 특별한 부탁을 해 왔는데, 이 대학 재단이 ‘사과상자’가 제공된 기업과 관련이 깊은 곳이었다. 또 한 대학은 ‘조계종 폭력사태’를 취재한 특종사진을 빼고 전시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가 하면 “지율 스님 단식 사진은 참 좋다”고 불교계를 취재한 사진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88년 한겨레 창간 이후 격동의 한국사회를 한겨레 보도사진으로 정리한 전시회에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가장 흔하기로는 당시를 경험한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사건의 배경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모습이었다. “한국 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역사흐름 정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고 이한열씨 장례식·월드컵 거리응원 등 대규모 군중집회 사진을 보고는 “저 현장에 내가 있었는데 …” 하고 회상하는 역사 현장에 참여한 주인공들도 적잖았다. 나이가 많은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을 마치며 눈물을 쏟는 이산가족 사진에 “북녘의 가족이 생각난다”며 사진 속과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여럿이었다.

전시회에서 인기가 높은 사진은 무장 탈영병의 최후, 울부짖는 김선일씨 여동생, 전두환·노태우씨 구속, ‘통일의 꽃’ 임수경씨 귀환, 두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 등이었다.

한겨레신문사 송건호 초대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며 물어오는 사람도 많았다.

사진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지만, 특정 사진들이 관람객 손에 찢어지는 등 ‘격렬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들은 거꾸로 뒤집히는 경우가 잦았는데, 한 시민은 “저놈들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며 한풀이를 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축구 대회 당시 붉은악마들이 거리응원을 하는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사진은 잇따라 사라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그림이 좋아서 집이나 사무실에 걸어 놓으려는 일부 관람객의 ‘욕심’이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통일문화상을 받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북한응원단 사진은 얼굴이 오려진 것이 많았다. 이는 북쪽 여성응원단 용모에 반한 관람객 일부가 장난삼아 오려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수경씨나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진은 자주 수난을 당했다. 얼굴에 낙서를 하거나 찢기고 발로 차여 훼손되는 통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사진 패널을 교체해야 했다.

한겨레 주주들이 많다 보니 전시 사진들이 훼손돼 있거나 넘어져 있으면 곧바로 신문사로 전화가 와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전시회에는 함께 비치해 놓은 제2 창간 소식지 등 한겨레 홍보물도 인기였다. 대부분 오전에 테이블에 쌓아 놓으면 몇시간 만에 바닥이 났다.

야! 한겨레〉 사진전은 7월20일까지 서울의 주요 지하철역에서 계속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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