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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5 18:40 수정 : 2005.07.15 18:41

한겨레 500인 독자클럽

의제설정·취재·기사 작성
때론 감시·비판 구실도
곧 지면으로 찾아갈게요

‘신문의 편집권은 누구에게 있나’라는 물음에 수구·보수 색채를 띤 신문들은 한결같이 발행인에게 전적으로 속한다고 주장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여기서 발행인은 거의 신문사주다. 이들 신문의 기자 등 내부 구성원은 발행인의 충실한 대변인 정도에 그친다. 반면 〈한겨레〉는 편집권은 발행인과 편집국 기자 등 내부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이 여론상품을 생산하는 특성에 맞는다고 내세워 왔다. 그래도 물음은 남는다. 특히 인터넷이 활짝 열어젖힌 쌍방향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 독자는 뭔데?’라는 독자주권의 물음이다.

6월 인터넷 사이트(hclub.hani.co.kr)를 개통한 ‘한겨레 독자클럽’은 이에 대한 한겨레 나름의 답변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독자와 전문가 500명이 ‘독자 시민’으로 지면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독자 권익을 높이는 활동을 벌일 수 있는 마당이다. 〈한겨레〉의 의제설정과 지면기획, 취재, 나아가 기사 작성까지 참여하는 길이 열려 있다. 〈한겨레〉 지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구실도 한다. 이미 관심주제별로 만들어진 게시판에서 회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게시판에는 2003년부터 다섯 차례 로또복권 1등 당첨자를 낸 복권방을 소개한 6월14일치 14면 “‘천하명당’ 5명이 ‘인생역전’”이란 기사에 대해 ‘꼭 보도해야 하는 기사인가, 로또 당첨되면 인생역전이냐’는 비판 등 강한 질책과 제안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독자클럽의 전망은 ‘현재진행형’이다. 종이신문의 편집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시도는 한겨레 독자클럽이 처음이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높은 셈이다. 그래서 높은 기대와 함께, ‘과연 잘 되겠느냐’는 걱정 어린 눈길이 많다. 하지만 독자 참여 확대는 퀄리티 높은 콘텐츠와 함께 한겨레가 ‘인터넷 위의 종이신문’이 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독자클럽에는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독자클럽은 한겨레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려 하는 ‘시민편집인’을 곧 선정할 예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자클럽은 독자권익위원회 성격을 띠고 있다. 독자클럽 회원들 가운데 오프라인 회의 등을 병행할 수 있는 독자권익위원을 뽑는 작업도 곧 시작된다. 최근에는 ‘좋은 편집상’과 ‘좋은 디자인상’을 주기 위한 1차 심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독자클럽의 1차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포상 관련 인사위원회를 열어 수상작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면 제작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독자클럽 회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록하지 않은 터라, 지금은 독자클럽 활동이 한겨레 지면에 소개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곧 독자클럽 활동을 1주일에 한 차례씩 지면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독자클럽에 ‘시민편집국’(가칭)을 두고 한겨레 편집국과 협의해 1주일에 1개 지면을 직접 제작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자클럽 회원은 모두 잠재적인 ‘독자 기자’이기도 한 셈이다.

독자클럽 회원인 신소영(25)씨는 커뮤니티 회원 등록을 하며 박노해 시인의 시를 빌려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모두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꾼다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몸으로 자기 몫의 고통으로 받아 나가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그러자 ‘같은 꿈을 꾸자’는 회원들의 댓글이 달린다. 갓 걸음마를 내디딘 독자클럽의 풍경이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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