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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1 19:07 수정 : 2005.07.13 07:15

“삼성 공세 펴면 내각제 갈 수도”

지난 6월28일 삼성 문제를 다룬 한 토론회에서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내각제 개헌이 이뤄지면 삼성 이건희·<중앙일보> 홍석현 집안이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대의 재벌로 여러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됐으나 현재 두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신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이 밀면 내각제 되고
이건희-홍석현 집안
한국의 베를루스코니 될 것
‘조중동’ 서 ‘중앙’ 뺀 정부 언론정책 망쳤다”

얼핏 그럴 듯하면서도 조금 선정적으로 들리는 이 삼성·<중앙> 집권 시나리오에 대해 신 위원장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97년 대선 때 <중앙>은 이회창 후보의 기관지 노릇을 했다.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면 한나라당의 다음 대통령 후보는 홍석현씨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홍석현씨가 주미대사가 되면서 다시 이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 위원장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홍석현씨를 주미대사로 임명한 일이 국내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회삿돈을 빼돌리고 세금을 포탈한 사람을 대사로 임명해 한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는 것이었다. 1999년 홍석현씨는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700억원에 이르는 소득을 탈루하고 262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수감 됐으며, 그 다음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직후 사면돼 <중앙> 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홍석현씨가 주미대사가 된 것만으로는 신 위원장이 말한 삼성 집권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았다. 신 위원장은 두번째로 내세운 조짐은 최근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신문·지상파 방송 겸영 허용’ 문제였다. “신·방 겸영이 허용되면 주요 지상파 방송도 민영화할 것인데, 실제로 이를 인수할 언론사는 조중동 정도밖에 없다. 특히 <중앙>은 현재 지상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매체 40여개를 갖고 있다. 지금도 삼성과 <중앙>을 어쩌지 못하는데, 이들이 지상파까지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정부·기업·언론계 등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들이 삼성의 입맛에 맞춰 내각제 개헌을 할 것인가? 정치인들은 무엇을 바라고 삼성을 도울 것인가? 이에 대한 신 위원장의 답변이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다. “지난번 토론회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삼성의 요구와 주장이 관철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간단한 산수도 삼성이 개입하면 복잡한 방정식이 됐다’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덧붙여 신 위원장은 “5년 단임제의 보완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이야기가 나오지만 개헌 과정에서 삼성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총공세를 펴면 내각책임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런 ‘나쁜’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 근본 원인으로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 실패를 들었다. “<중앙>이 ‘상대적으로 덜 악랄하게’ 공격한다고 해서 청와대 일부에서 ‘조중동’에서 ‘조동’으로 부르자고 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언론 정책을 망쳤다.”

그러면 노 정부가 언론 정책을 바꾸면 삼성 집권 시나리오를 더 나은 시나리오로 대체할 수 있을까를 신 위원장에게 물었다. “노 대통령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조중동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다만 신문 시장의 질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제대로 된 신문고시나 신문법을 통해 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되면 언론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그것은 국가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이며, 가장 바람직한 언론정책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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