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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19:30 수정 : 2005.07.07 19:30

신문구독률 세계 1위인 노르웨이에서는 신문의 마케팅이 활발하다. 신문의 날인 6월9일 오슬로 시청 앞에서 열린 야외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신문 지면을 시각화한 구조물을 관람하고 있다.


접속, 뉴 미디어

⑴ 디지털시대 ‘뉴미디어 춘추전국’
⑵ 인터넷은 안정적 대안인가
⑶ 독자가 원하는 대로-미국
⑷ 수익모델을 찾아서-미국
⑸ 통신과 신문의 결합-북유럽
⑹ 권위지는 무풍지대?-서유럽
⑺ 신문왕국의 변신-일본

정보통신 강국, 끄떡없는 신문

노르웨이는 신문 구독률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나라에서는 인구 1000명에 651부꼴로 신문이 팔린다. 지난 6월9일은 노르웨이의 ‘신문의 날’이었다. 이날 수도 오슬로 시청 앞에서는 신문의 사회적 기능을 주제로 야외 전시회가 열렸다. 신문 지면을 시각적으로 재편집한 높이 4m가 넘는 구조물은 이 나라에서 신문이 누리는 위상을 새삼 과시하고 있었다.

노르웨이만이 아니다. 핀란드(522부, 3위), 스웨덴(489부, 4위)을 아울러, 북유럽에 한데 모여 있는 이들 세 나라는 세계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들이다. 일본(644부, 2위)이 틈바구니를 겨우 비집고 들어가 있을 뿐이다. 춥고 긴 겨울에서 비롯된 독서문화에서부터 정당을 모태로 한 신문 발행, 지역신문 위주의 육성정책까지, 북유럽 세 나라의 신문들은 자연과 정치, 제도의 축복을 두루 받고 있다.

북유럽 세 나라는 내로라하는 정보통신 선진국이기도 하다. 노키아와 에릭슨 등 세계적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터잡아 있고,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도 세계 수위를 다툰다. 인터넷 때문에 신문이 아우성을 치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 보면, 이들 나라에서 신문의 위상도 가파르게 기울어야 옳다. 하지만 이곳 어디에서도 그런 심각한 징후를 찾아볼 수는 없다.

타블로이드 판형 바꾸고 공격적 마케팅
SMS·카메라폰 사진등 신기술 과감히 접목
부수 줄지만 광고비등 올라 수입 되레 늘어


스웨덴 최대 일간신문 <다옌스 뉘헤테르>의 마케팅조사국장 레이프 비드만은 “스웨덴의 신문 구독률에는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문 구독률을 조사하는 한 교수는 늘 “변화없이 안정적”이라고 발표해 ‘미스터 스테이블’(안정적)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비드만은 소개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80%를 넘고 누구나 인터넷을 쓰고 있지만, 독자들의 신문 구독시간에도 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이용시간이 늘면서 줄어드는 것은 텔레비전 시청시간이다.

수도 스톡홀름은 무료신문 <메트로>가 1995년 처음 발행을 시작한 곳이다. 지하철·버스·전차에서 두 종류의 무료신문이 널리 배포되지만, 권위지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 1인당 구독신문이 1999년 1.2부에서 2004년 1.8부로 늘었다. 비드만은 “무료신문 정보와 일간신문 정보는 심층성에서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무료신문이 일간신문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며 “오히려 무료신문이 신문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신문독자로 유인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하진 않지만, 북유럽에서도 전통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건 분명하다. 스웨덴의 경우는 북유럽에서도 예외에 속한다. 노르웨이의 <베르덴스 강>은 2002년 최대 판매부수(39만4천부)를 기록한 뒤 3년 동안 11%가 줄어, 지금은 34만5천부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 최대 신문사 <헬싱긴 사노마트>도 구독률이 해마다 1%씩 줄고 있다.

하지만 신문부수가 줄어드는 게 곧장 경영악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익이 늘고 수익률도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텐포스텐> <베르덴스 강> 등을 발행하는 노르웨이 최대 신문출판그룹 십스테드의 신문부문 수익은 2001년 2억3900만크로네에서 2003년 6억2800만크로네, 2004년 8억5800만크로네(약 1370억원)로 늘었다. 판매액 대비 이익률도 2001년 3.8%에서 2003년 9.6%, 2004년 11.5%로 빠르게 높아졌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상황도 유사하다. 미카 페테르손 <헬싱긴 사노마트> 편집인은 “부수가 줄어도 구독료 인상과 광고 증대로 수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신문들을 발행하는 핀란드의 언론기업인 알마미디어의 테르히 람베르트 매체부장은 “핀란드에서 상장된 5개 신문기업이 지난해 모두 흑자를 냈는데 이 중 3개사는 지역신문”이라며 “기업간 경쟁 격화가 신문광고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핀란드 광고시장에서 점유율 55%를 차지해, 텔레비전 등 나머지 매체를 압도하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도 맹위를 떨치는 북유럽 신문들의 ‘내공’이 독자들의 성향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구독률과 수익 상승을 떠받치는 건 뉴미디어 시대에 살아남으려는 신문들의 과감한 마케팅과 혁신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아프텐포스텐>은 올 1월부터 판형을 타블로이드로 전면 개편했다. 스웨덴의 <다옌스 뉘헤테르>도 1년여에 걸쳐 점차 타블로이드로 전환했다. 아프텐포스텐 뉴미디어 기획부장 아네네 멜뷔에는 “독자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차츰 줄고 있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보기 편한 판형(타블로이드)을 선호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정적인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면서도, 신문기업들의 마케팅은 매우 공격적이다. 오슬로에서 신문을 홍보하는 광고는 화장품 광고에 버금간다. 버스와 전차마다 신문의 새로운 섹션을 알리는 광고가 뒤덮고 있고, 주택가 평범한 4층 건물 바깥벽에는 신문을 광고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작은 가게의 차양은 대부분 신문사의 로고를 달고 있다.

▲ 오슬로 시내 곳곳에서는 신문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주택가의 한 벽면에 신문사를 홍보하는 만화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뉴미디어 시대 신문의 존재방식은 종이신문과 정보통신산업의 ‘유익한 공생’이다. 스웨덴 컴퓨터과학연구소에서 피투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개인 중심의 미래 미디어환경을 연구하는 렌나르트 팔렌 연구실장은 전통 미디어의 미래를 낙관한다. 팔렌은 “디지털 정보화기기의 출현은 기존의 미디어들에 다양한 출구를 열어주고 있다”며 “뉴미디어 시대에는 특히 정보제공자의 브랜드 신뢰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무료신문·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은 한국 미디어시장에 근본적 위기를 불렀지만, 노르웨이의 신문출판그룹 십스테드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간주한다. “살아남는 생명체는 가장 강한 종도,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라 가장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의 이 명제를 내걸고, 십스테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단문메시지, 카메라폰 사진을 <베르덴스 강>의 지면에 융합시키고 있다.

베르덴스 강 멀티미디어 발행인 토뤼 페데르센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영향으로 열독률은 줄었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기사를 읽는 독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며 “지면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들어온 다양한 의견을 수십개씩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 지진해일 때는 그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던 독자들이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한 사진들이 가장 빠르고 생생하게 지면에 실렸다”며 “독자의 사랑을 받는 언론으로 남으려면 관행과 습관을 넘어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어떤 미디어를 접하는지보다 누가 만든 정보인가가 중요”

인터뷰/ ‘헬싱긴 사노마트’ 미카 페테르손 편집인

“실적이 좋기는 하지만, 신문산업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핀란드 최대 신문사 <헬싱긴 사노마트>의 편집인 미카 페테르손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북유럽 신문들에도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가져다주고 있음을 내비쳤다.

페테르손 편집인은 “지금 우리집에서는 인터넷과 함께 가족 4명이 4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실직해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무엇을 줄이겠느냐”며 “아마 휴대전화는 한 대도 해지하지 않고 신문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이 다른 신문이나 방송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통신과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문 구독의 전통이 깊은 북유럽에서는 수용자의 태도변화보다는 통신산업을 떠받치는 거대자본이 현실적인 위협이다. 페테르손 편집인은 “통신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미디어기업이 거대한 통신회사와 맞대결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내다봤다.

미디어기업의 유력한 대응전략은 통신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독자가 어떤 미디어 채널을 이용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누가 생산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신문 가판시장을 뒤흔들어놓은 무료신문에 대해, 헬싱긴 사노마트는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페테르손 편집인은 “우리는 <메트로>에 맞서 <100>이라는 무료신문을 내고 있다”며 “신문의 경쟁자로 무료신문이 등장했다면 우리의 무료신문을 갖는 게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헬싱키 같은 인구 50만명의 도시에서 생존 가능한 무료신문은 1개뿐”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앞으로 2~3년 안에 메트로를 헬싱키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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