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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19:03 수정 : 2005.07.07 19:03

조정래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1980년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모르겠다. 소설을 쓰는 처지에서, 저만치 거리를 두고 돌이켜봐도 그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혁명이란 단호하게 뒤집어엎어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혁명은 치열하며, 치열한 저항은 희생을 전제로 하고, 희생으로 피어난 혁명은 알찬 열매를 거두게 된다.

그럼 지난 80년대의 열매는 무엇인가. 다음 다섯 가지 열매가 ‘혁명의 시대’를 장식하고 있다. 군부독재 타도, 노동운동의 전국화, 통일운동의 대중화, 전교조 출현, 한겨레신문 탄생이 그것이다.

군부독재 타도는 이땅에 다시는 군부정치가 들어설 수 없도록 민주화를 성숙시켜 가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전국화는 공무원들까지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고, 통일운동의 대중화는 6·15 남북 공동선언과 함께 평화통일의 역사를 엮어가고 있으며, 전교조의 출현은 이 나라 교육 현장의 책임과 양심을 재생시키는 정화제 구실을 하고 있으며, 한겨레신문의 탄생은 이 모든 것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일꾼으로서 참언론의 모범을 보여왔다.

한겨레신문의 탄생은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모금으로 탄생한 신문!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그런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 일은 ‘기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탄생하자마자 제2의 기적에 직면해야 했다. 어느 재벌 총수는 ‘며칠이나 가나 봐라. 그놈의 신문에 광고 절대로 주지 마라!’ 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상황에 부닥쳐야 했다. 그리고, <한겨레>가 헤쳐와야 했던 17년의 세월, 그건 제2의 기적을 이뤄낸 쓰라리고 아픈 인고의 나날이었다. 기업광고의 어려움 속에서 사옥을 지었고, 거대 신문자본들의 지면 확장 경쟁에 맞서며 종사원들은 오를 줄 모르는 보수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속에서 <한겨레>는 4대 일간지의 위치를 확보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달 전에, 심각해진 경영난을 타개하는 한 가지 방편으로 봉급이 좀더 많은 경력기자들 수십 명이 명예퇴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퇴직금도 없는 그 희생은 가슴 저리는 슬픔이고 눈물겨움이면서 숙연함이었다. 그리고, 제2 창간 운동이 이어졌다.

제2 창간 운동은 <한겨레> 앞에 놓인 제3의 기적 실험이다. 이 기적 역시 기적처럼 이루어질 것을 의심없이 믿는다. 보수 일색의 언론계에서 유일하게 진보와 개혁의 등불을 밝힌 <한겨레>가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는 어찌 되었을 것인가. 그 등불이 더욱 밝아지기를 바라는 올곧고 지혜로운 분들이 다시금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다. <한겨레>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길을 열어가는 미래이니까. 조정래/작가·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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