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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7:02 수정 : 2005.06.23 17:02

경영자의 적극 지지로 탐사보도 전통을 살려가는 <워싱턴 포스트>신문사의 현관모습.



최근 한국의 신문과 기자들 사이에서 탐사보도가 화두가 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인터넷신문의 약진과 가구 구독률의 급감 등으로 인해 종이신문의 존재와 영역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탐사보도가 신문의 활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독자적 영역을 이룬 미국 신문들의 탐사보도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미국의 탐사보도>

1. 미국 신문의 탐사팀과 기자들
2. 탐사의 이면엔 ‘리서처’가 있다.
3. 탐사보도와 컴퓨터 활용 취재

탐사보도 산실 ‘WP’, 20여명 기자 집중취재
경력등 따져 탐사기자 선발…연봉 더 많아
정보공개 잘 안돼 공공기관과 다툼도 잦아

미국에서 탐사보도의 권위지로는 단연 <워싱턴 포스트>를 꼽을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통해 한 때 침체했던 탐사보도를 되살리고 기자들에게 탐사보도의 꿈을 심은 곳이 바로 이 신문사다.

<워싱턴 포스트>는 탐사보도팀은 두 가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독립적인 탐사팀에 7명의 탐사기자들이 있고, 사회부, 체육부 등 각 부에 속한 탐사기자들이 또 10명 이상 있어 현재 전체 700명의 기자 가운데 20여명이 탐사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정도까지 한 주제나 소재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독립 탐사보도팀에서 일하는 제임스 그리말디는 “독립 팀 외에 각 부서에 탐사기자들이 있다는 점이 <뉴욕 타임스>와 다르며, 탐사보도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경영자와 전통이 있다는 것이 다른 신문들보다 더 나은 점”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탐사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경력, 다양한 취재 경험, 각종 수상 경력 등을 갖춰야 하며, 탐사기자는 일반기자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경찰과 교육, 공공서비스 분야를 20년 동안 담당해 온 탐사기자 새리 호위츠는 경찰의 총기 사용 문제 등으로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퓰리처상을 받았다.

“탐사기자들은 정해진 출입처가 없기 때문에 여러 출입처를 다니면서 자유롭게 취재를 한다. 기자로서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깊이 취재할 수 있는 탐사기자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탐사기자를 지망하는 기자들이 많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의 탐사보도팀 에디터인 진 뷰캐넌은 탐사 기자들의 어려움이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 제도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정보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아 언론인들이 공공기관과 늘 다툼을 벌인다.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변호사를 동원해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뷰캐넌이 이끄는 탐사보도팀에 2명의 기자가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정신지체인 시설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사보도팀은 단 5명이지만 이들은 늘 독자적으로 탐사보도를 벌이고, 일반 기자들이 가져온 아이템을 검토해 조언을 주거나 함께 취재에 나서기도 한다.

뷰캐넌은 “일반 기자들도 탐사거리를 가져오면 현업에서 빼서 1주일 정도 시간을 준다. 취재가 진전되면 1주일을 더 주거나, 길게는 1달을 주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기자들이 탐사보도를 할 수 있다.” 이 신문사 편집국엔 취재기자 100명을 포함해 에디터, 디자이너, 리서처, 카피라이터, 사진가 등 모두 340명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와 달리 대중지를 표방하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에서는 탐사보도가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탐사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는 2명의 상설 탐사팀이 있으며, 사안에 따라 각 부에서 뽑은 3명의 비상설 탐사기자를 운영하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에는 현재 400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

탐사기자인 피터 아이슬러는 “사회 정책이나 국가 안보 등 분야를 탐사 취재하고 있다”며 “탐사보도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크지 않으므로 지원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올 1월 탐사팀장으로 온 블레이크 모리슨은 “탐사보도에도 장점이 많지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며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러시안 룰렛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한 방에 크게 먹기보다는 슬롯 머신처럼 안전하게 여러 차례 먹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세인트루이스/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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