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 방문뒤 기사 빠져…‘삼성 압력설’ 힘얻어 시사월간지 <월간중앙> 7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3각 빅딜 있었다’ 기사 삭제와 관련해, 월간중앙 대표를 만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공방이 벌어지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월간중앙 기사 삭제 파문과 관련해 지난 22일 논평을 내어 “노무현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더니 아예 기사를 삭제하는 정권이었나”라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기사의 진위와 기사 삭제 전말, 청와대의 압력 여부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월간중앙이 우리 쪽에 확인취재를 해왔기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는데도 기사를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ㅈ 비서관이 월간중앙 대표를 만나 다시 해명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월간중앙 쪽은 “청와대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7월 이후로 보도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보도와 관련해 언론과 비공식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청와대와 함께 이번 파문의 의혹 대상으로 떠오른 삼성의 경우 한나라당의 공세에서 비켜서 있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삼성그룹의 관련 사실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또 다른 외부 압력 주체가 누군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낱말 끼워넣기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김진용 월간중앙 대표가 지난 17일 밤 기사 삭제를 지시하면서 “청와대의 외압도 막아냈지만 또다른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기사삭제를 결정했다”고 말해, 기사 삭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또다른 외부의 압력’이었음을 내비쳤다. 김 대표가 기사 삭제를 지시하기에 앞서 이날 오후 4시께 삼성 구조조정본부 홍보팀 ㅈ상무(잡지 담당)가 월간중앙을 찾아와 김 대표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대표가 밝힌 ‘또다른 외부의 압력’은 삼성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3일 성명을 내어 “최고 권력 기구인 청와대가 직접 해결하지 못한 ‘기사 빼기’를 삼성이 단박에 이뤄내 버렸다”며 “참으로 암울하고 두려운 삼성공화국의 현실을 목도한다”고 지적해, 한나라당의 논평과 대조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삼성구조본 ㅈ 상무는 “김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찾아갔을 뿐 기사 삭제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청와대의 부탁을 받지도 않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것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진용 대표는 사의를 밝힌 상태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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