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월간 말>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다음달 나올 잡지를 만들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대표이사 자진사임 거부…비대위 “주총서 해임”
위기원인 놓고도 “경영실패” “직원반발” 엇갈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는 “비대위가 현 대표이사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면 책임과 의무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비대위가 이명순 전 대표, 전현준 현 대표의 회사채무 보증액 1억4천만원을 승계하겠다면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결정했다. 1억4천만원은 < 말>의 운영비와 제작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역대 대표이사들이 채무보증을 서왔다. 그러나 비대위는 “현실적으로 비대위는 이 채무보증을 승계할 능력이 없다”며 “전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해임안을 처리하겠다”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주총에 대비해 최대주주(56%)인 장세현 제일산업 대표이사의 주주권을 위임받아 놓은 상태다. <말>이 이런 위기를 되풀이하는 데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다. 비대위에 속한 이정환 차장은 “사회·언론 운동권의 명망가들이 잇따라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이 전문화하지 못했고, 돈을 빌려다가 회사를 유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재무 구조를 건전하게 바꾸고 안정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말 그만둔 이종태 편집국장은 “직원들이 사사건건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리더십에 도전하면 조직이 돌아갈 수가 없다”며 “회사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조직의 체계를 확고히 세우고 직원들을 좀더 훈련시켜야 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말>의 2대 주주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최민희 사무총장은 “<말>이 사회운동의 대변지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면 운동단체처럼 저임금과 헌신을 감수해야 하며, 대중을 상대로 한 진보적 잡지로 나아가겠다면 기업의 조직문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방향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말>의 창간에 참여했던 성유보 방송위원회 상임위원도 “<말>이나 <한겨레>를 만들 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을 꿈꿨는데, <말> <한겨레> 모두 경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진보 언론이 제 몫을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경영 구조가 필수적이며 이것은 경영진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말>은 1985년 6월15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 기관지로 창간됐으며,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에 거의 유일한 합법적 비판 언론으로 활동했다. 특히 1986년 9월 군사정부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6월항쟁의 불씨를 제공하는 등 정치의 부정부패와 민중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또 88년 <한겨레>를 창간하는 주춧돌이 됐으며, 90년대 이후에는 통일 운동을 선도하기도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