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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7:51 수정 : 2005.05.19 17:51

방송이 전면 중단된 지난해 12월 31일, 인천 남구 학익동 경인방송 청사에서 노동조합 고별행사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방송중단 안내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민단체 합류 ‘주비위’ 6월 창사위 발족
기존 법인도 폐업철회하고 공모 참여선언
시민 호응 여부·방송위 정책이 핵심 변수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사실 하나. 지금 경기도·인천 지역엔 지역민방이 없다. 지난해 12월31일 오전 11시12분 <애국가>를 끝으로 경인방송(아이티브이)의 티브이 전파가 끊긴 지 벌써 다섯달째다. 이에 앞서 방송위원회가 경인방송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해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민방 무주공산이 된 경인지역의 새 방송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로선 크게 두 흐름의 경합이 두드러진다. 전 경인방송 노조원 모임인 희망조합 중심의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주비위원회’(주비위)가 하나고, 기존 경인방송 법인이 다른 하나다. 경인방송 법인은 티브이 전파 중단 뒤 폐업신고를 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하면서 새 민방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주비위 쪽엔 희망조합 말고도 민언련과 인천경실련, 경기민언련 등 시민단체와 지역단체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주비위 참여 인원만 국회의원 등 4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주비위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익적 민간자본 영입’을 뼈대로 한 방송 소유구조 방안을 발표했다. “경기문화재단과 인천문화재단, 방송문화진흥회, 기독교방송,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등을 ‘공익적 민간자본’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새 방송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중기협 김용구 회장은 지난 11일 “경인지역 새 방송사업자를 공모할 경우 입찰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비위와의 연계와 독자 행보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비위는 오는 21일 인천대공원 야외무대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다음달 중 ‘경인지역 새 방송 창사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법인 쪽은 주비위에 앞서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배주주 교체를 통해 새 방송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춘재 대표는 “현 법인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 지배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했다”며 “현재 4~5개 기업이 5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이들이 어떻게 지분을 가져갈 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업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법인 쪽은 또 “희망조합과 견해를 달리 하는 사원모임인 ‘아이티브이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여명 전원을 고용승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주비위 쪽이 명분을 선점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국언론노조와 피디연합회 등은 “새 방송 공모 자격이 없다”며 법인 쪽에 공모 계획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법인 쪽은 기존 방송시설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진짜 관건은 경인지역에 새 민방이 왜 필요한가를 어느 쪽이 설득력있게 보여줄 것인가이다. 상당수 지역민들조차 경인방송의 중단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의 제시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1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지난번과 같은 방송은 인천시민이 요구하는 방송으로서는 실패였다”며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것인지 청사진을 면밀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의 정책방향도 핵심 변수다.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경인지역에 민방을 새로 허가할 필요가 있는지를 포함해 모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6월 안에 토론회와 방송위원 워크숍을 거쳐 하반기 중 방안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새 방송사 공모 여부 결정까지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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