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05년들어 5명의 기자를 영입해 주목된다.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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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논란속 홍보전략 강화 무게 삼성전자가 잇따라 기자들을 ‘홍보맨’으로 영입하고 있다. 2일 홍보담당 전무로의 영입 사실이 발표된 이인용 전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앵커까지 올 들어서만 5명째다. 이쯤 되면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계구도의 본격화와 관련한 ‘이미지 제고’ 차원의 전략적 구상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단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런 분석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기자 출신 5명의 영입을 하나로 묶어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전체를 아우르는 홍보팀과 함께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엘시디 등 5개 총괄부문별로 별도의 홍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전 앵커를 뺀 다른 영입 기자들은 이 중 두 하위 총괄부문 소속일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서울신문〉 기자를 영입한 데 이어, 2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출신을 1명씩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정보통신 총괄부문 홍보팀 소속이다. 4월에 추가 영입한 〈한겨레〉 출신 1명은 생활가전 총괄부문 홍보팀 소속으로 근무지가 수원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부장급, 2명은 차장급, 1명은 대리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가 주종목인 정보통신 총괄의 경우 엘지전자가 공격적 홍보로 치고 나오면서 홍보팀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기자들을 영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후계구도 같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라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야 할 텐데, 이들은 모두 보도자료 작성 등 평상적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평기자 영입은 이 전 앵커와 달리 전체 그룹 차원보다는 삼성전자 내부 총괄부문 간 경쟁구도와 깊이 관련돼 있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총괄부문별로 사장이 다 다르고 내부 경쟁 또한 치열하다”며 “평기자 영입은 총괄부문 간에 삼성전자 내부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선 기자 영입을 ‘외부 전문가 영입 강화’라는 큰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술과 재무관리, 법무 부문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외부 인재 영입을 홍보 쪽으로까지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전 앵커 영입에 대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홍보조직과 인력보강을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다. 기자 가운데 특히 방송앵커 출신을 홍보팀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곤 삼성이 이후 정부 부처나 서구 대기업처럼 대변인제 중심으로 홍보시스템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 쪽의 기자 영입이 기업과 언론 관계에 끼칠 영향에도 눈길이 쏠린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삼성은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기자들도 자기 지식을 언론계 밖에서 활용할 기회가 늘어나는 등 장점도 많지만, 자칫 과거 권언유착식의 기업-언론 관계 형성을 통해 언론 감시기능이 약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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