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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8 20:49 수정 : 2005.04.28 20:49

한국 언론은 농업을 취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더러 관급기사나 짤막하게 다룰 뿐이다. 간혹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농민시위를 간단한 사건기사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것도 피가 나야 말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농업 때리기가 노골화하고 있다. 때로는 사실 왜곡도 마다 않는다.

2002년 말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을 앞두고 언론이 보인 자세는 절망적이었다. 비준이 무산되자 ‘표에 눈먼 농촌당’이니, ‘매국노’니 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 까닭은 비준이 지연돼 공산품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는데, 그 이유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통화를 평가절하해 두 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칠레의 요구에 따라 예외품목으로 인정돼 수출이 줄었던 것이다.

지난 1일로 협정 발효 1년을 맞자 언론은 일제히 성공적이라고 나팔을 불었다. 지난 2월 말 현재 농업피해는 미미한 반면에 공산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수출은 7억8000만달러로 61.9%나 늘었지만 수입은 18억7000만달러로 증가율이 46.3%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농축산물 수입이 8064만 달러로 예상과 달리 저조했다는 것이다. 염려했던 포도는 수입액이 1097만달러로 오히려 1.9% 줄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농민들이 생떼를 썼다는 소리다.

이 분석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공산품은 관세가 즉각적으로 철폐되나 농·축산물은 점진적으로 감축된다. 관세가 없어진 토마토 페이스트가 106.6%나 증가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또 전체 농축산물 수입 증가율이 12.3%인데 칠레산은 50.3%로 이보다 크게 높다는 점도 간과했다. 포도 수입이 부진했던 이유는 일부 지역에서 수입금지 해충인 지중해 과실파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단기실적에 근거한 관급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니 이런 오류가 생긴다. 지난해 언론은 쌀개방 협상 과정을 거의 추적하지 않았다. 협상 결과를 보도자료에 따라 전달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9개 수출국과 다른 농축산물에 대해서도 협상을 벌였던 모양이다. 이 사실이 불거지자 농민들은 ‘이면 합의’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이 논란을 별게 아닌 입씨름인 양 치부하고 있다. 이런 중대사안을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정치적 사안에 의혹에 의혹을 제기하며 물고늘어지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중국과는 5개 과일 검역을 위한 수입위험 평가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것은 수입 시기를 앞당긴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와는 닭고기, 오렌지의 평가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캐나다와는 완두콩, 유채유의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쌀 의무수입물량과는 별도로 원조용 쌀을 구매하기로 합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중국산 사과, 배는 국내 값의 30%선에 불과하다. 시장이 열리면 과수농가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미 칠레산 포도가 몰고 올 파고에 질려 포도·복숭아·키위 재배농가의 문닫기가 잇따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모든 과수가 뿌리째 뽑힐 판이다. 재고쌀이 1000만섬을 넘어 북한을 지원하기에는 넉넉하다. 그런데 원조용으로 2014년까지 인도, 이집트에서 모두 11만1210t을 따로 사주기로 했다. 이것은 사실상 의무 수입량이 소비량의 7.96%가 아니라 8.18%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나 언론에는 아무런 메아리가 없다.

지난 13일 그린피스가 중국 정부에 유전자 조작 쌀을 회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수출됐을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특히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살충기능을 내포한 유전자 조작 쌀’을 대규모로 경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입쌀이 이르면 9월부터 시판되니 충격적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이 ‘괴물쌀’에도 무반응이다. 블룸버그 통신과 영국의 비비시(BBC), 가디언은 수입국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는데도 말이다. 자본논리, 시장논리에 맞장구치느라 식량안보도 국민건강도 잊은 모양이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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