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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공금 유용-전국적 관행? |
사장 교체 문제로 문화방송 본사와 갈등을 빚어온 강릉문화방송 김영일 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우나와 안마, 이발 등의 사적 용도로 사용해온 사실이 노조 폭로로 드러났다. 김 사장과 강릉문화방송 쪽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180만원 한도 안에서 사장 개인지출을 지원해왔다고 해명했으나, 본사 쪽은 ‘공금 유용’으로 볼 수 있다며 28일 특별감사에 들어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은 해명 과정에서 이런 관행이 오래전부터 강릉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이뤄져왔음을 내비쳐,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의 예산운용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강릉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종엽)는 26일 <비대위 특보> 5호를 통해 “김영일 사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법인카드로 18만원을 지급하는 등 헬스와 사우나, 스포츠마사지, 안마, 이발, 치아치료, 골프용품 구입 등 사적 용도에 법인카드를 꾸준히 사용해왔다”고 폭로했다. 특보 5호는 특히 “안마시술소의 경우 이용료가 기본 6만원이고 봉사료 명목으로 12만원이 추가 지급됐다”며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여의도의 한 이발소에서도 11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재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27일에도 <비대위 특보> 6호를 통해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강릉문화방송과 제휴관계인 일본 아끼다티브이 방문연수에 부인까지 동반해 회삿돈 170여만원을 유용했다”며 공금유용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비대위는 “부도덕의 극치 김영일 사장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본부 노조도 전성진 수석부위원장 등 25명의 집행부와 전국 지부장들을 강릉에 파견해 28일 김 사장 출근저지투쟁을 벌이는 등 퇴진 압박에 나섰다.
김 사장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지출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는 관행에 따른 것이며 사적 지출의 경우도 퇴폐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평소 혈압이 높아 안마시술소를 가끔 이용했고, 이발소에서도 특수 지압 서비스를 받아 지출이 커졌을 뿐”이라며 “법인카드도 처음 취임 직후 180만원 안에서는 개인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해 그런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특히 “내 전임 사장의 경우엔 쓰고 남은 돈을 현금으로 가져간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감사에서 한번도 지적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방문에 부인을 동반했다는 폭로에 대해 “의전 차원에서 일본 쪽과 협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다른 지방 계열사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로 안다”고 해명했다.
지방사에 대한 감사권한을 가진 본사 감사실 쪽은 “사실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 보면 김 사장의 행동은 명백한 ‘공금 유용’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본사는 28일 홍병의 감사실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감사팀을 강릉문화방송에 파견했다. 홍 실장은 “어떤 회사도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에 쓰라고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김 사장은 작년 취임 6개월만에 감사가 이뤄져 당시엔 정확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문화방송 관계회사팀장은 “지방사 사장의 경우 주총에서 주식 3분의2 이상을 얻어야 해임할 수 있어, 감사에서 잘못이 드러나도 김 사장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그만두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방송에선 지난 20일 한 간부급 피디가 안마시술 등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국방송 쪽은 25일 이 간부를 보직해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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