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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1 18:23 수정 : 2005.04.21 18:23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통된 지향 점은 ‘이윤 획득’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계급 군을 형성하면서 ‘경쟁’이라는 틀을 구성한다. 경쟁 속에 담긴 편법이나 비리는 자본이 지닌 야만성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자본의 야만성’은 도덕적 불감증과 가치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하여 ‘자본의 야만성’은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정착한 민주주의 가치와 평화를 깨는 공공의 적이다. 이 야만성을 진단하고 고발하는 이른바 ‘문명성’이야말로 언론이 있어야 할 자리다. 과연 그런가?

한 달 가까이 노 대통령의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족벌언론의 비아냥은 식을 줄 모른다. 그만큼 정치외교적인 차원에서 충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이란 결국 반세기 이상 지속된 종속적인 외교에서 탈피, 나름대로 노선을 가져보겠다는 선언 아닌가.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주의 질서 안에서 한민족의 평화도 담보 못하는 한미동맹에 목을 매기보다는 살 길과 역할을 스스로 찾아보겠다는 건데 주권국가에서 그런 말도 하면 안 되고 꿈도 꿔서 안 될 이유는 뭔가.

결국 ‘민족공조’라는 틀 자체에 대하여 감정적 반발심으로 일관했던 족벌언론들에게 있어서 예상됐던 반응이긴 하지만 4월 13일치 <동아일보>의 사설 “통일비용 공론화 필요하다”와 4월 18일치 사설, “자주국방론에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에 이르러서는 비애마저 느낀다. 2005년 통일을 전제로 최소 855조, 최대 3940조원이 든다는 미국 은행의 발표를 예로 들면서 이를 공론화하자고 한다. 또한 자주국방을 하려면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의 가치 3870억달러를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통일이 되거나 자주국방을 하려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뜻일 텐데 그걸 공론화하자는 의도가 자못 궁금하다. 두동강난 허리를 이어, 죽었던 명줄을 살려보자는 게 오히려 민족의 명줄을 끊는다는 논리다. 이야말로 생명을 경제적 가치로 폄하하는 ‘자본의 야만성’ 아닌가.

이 땅의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뜨겁다. 그래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 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실질적인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과 고용불안이라는 악조건을 감당해야 하는 현대판 머슴, 비정규직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정부 법안 수정 관련 권고안에 대한 비난이 수위를 넘었다. <조선일보>의 지적대로(4월 16일치 사설) 연간 200억원의 국가 예산을 쓰는 국가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란 게 무엇인가? 인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가기관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하여 그런 권고도 못한다면 뭣 때문에 존재하는가?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하여 “비정규직 해법을 흔들었다”는 동아일보의 4월 14일치 사설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노조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중앙일보>의 4월 6일치 사설 모두, 예외 없이 ‘자본의 야만성’에 손을 드는 꼴이다. 양보할 수 없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마저 경제논리로 무마하려는 모습 또한 자본의 야만성에 손을 드는 꼴이다.

족벌언론의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형 외국계 펀드 감싸기도 꼴불견이다. 서울국세청 직원들이 기습적으로 론스타와 칼라일 등 해외 굴지의 국내투자 회사를 방문, 자료를 수집해간 사실을 두고 <조선일보>는 “칼”을 들이댔다며 수선을 피웠다(4월 15일 1면).수천억 원의 차익이 드러났음에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외국계 대형 투자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무슨 의구심이 있는 걸까? 그 와중에 “외국자본도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며 점잖게 훈수를 두는 <중앙일보>의 4월 18일치 사설이 그래서 생뚱맞다. 국세청의 정당한 과세권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시각이야말로 ‘자본의 야만성’에 손을 드는 꼴 아닌가.

“언론 생존하려면 권력 포기해야 한다”. 지난 4월 19일, 취임 50일을 맞은 MBC 최문순 사장의 일성이다.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명성’ 보다는 달콤한 ‘자본의 야만성’에 줄을 섰던 족벌 언론들이 두고두고 되씹어봐야 할 말이다.

이주현/ 경기 민언련 사무처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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