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4 17:50
수정 : 2005.04.14 17:50
문화방송 ‘최문순호’가 대관령에서 뜻밖의 역풍을 만났다. 취임 직후 사장 인사가 단행된 지방 문화방송 19개사 가운데 강릉문화방송에서 예상치 못한 저항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인사 반발을 넘어 최문순 사장이 핵심 개혁과제로 제시한 지방사 광역화의 향방을 가늠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사 사장교체 인사에 지방 소주주 반발
통폐합 대비 광고중단 등 강경대응 나서
문화방송은 지난달 10일 강릉문화방송 주주총회에서 김영일 현 사장을 조승필 본사 감사부 위원으로 바꾸려 했으나 소주주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김영일 사장이 사퇴를 번복했고, 지난 12일 다시 열린 주총에서 사장 선임 문제는 안건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사퇴철회로 해임만이 가능한 교체 방안이 됐지만, 상법상 이는 주식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의결사안이다. 현재 강릉문화방송 지분 비율은 본사 51%, 최돈웅 전 의원 49%다. 지금으로선 김영일 사장이 다시 사퇴하지 않는 한 2007년 봄 주총까지 사장직을 맡게 된다.
문화방송 본사도 급박한 대응에 들어갔다. 13일 임원회의에선 “단계적으로 조처를 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 고위 관계자는 “15일까지 세부 방침을 결정해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광고연계판매 중지와 프로그램 교류 중단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강릉쪽 송출을 중단해도 바로 옆의 삼척문화방송과 케이블 등을 통해 80% 이상 시청자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본사의 이런 강경대응은 본격적인 지방사 광역화 추진에 앞선 사전 터고르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사장 공모에서 △위성방송과 케이블티브이 광역화 등에 따른 기존 지상파권역 구분의 붕괴 △민방, 케이블 등 경쟁미디어 성장으로 인한 매체영향력 감소 등을 들어 지방사를 1도1사 등으로 통폐합하는 등 광역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엔 지상파디엠비 권역처럼 아예 6개 권역으로 광역화하는 방안이 깊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방 문화방송은 3분의1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소주주들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통폐합 또한 특별의결사안이라 주식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본사 지분이 이에 못미치는 지방사는 충주, 여수, 대구 등 9개에 이른다. 더구나 통폐합의 경우 소주주들이 주식을 사달라고 하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한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를 거치면, 각 지방사별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씩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단일회사라 본사 차원에서 노사협의를 거쳐 지역국 통폐합을 단행한 한국방송보다 훨씬 험난한 길이다. 지방사 노조의 반발은 그 다음 차원이다. 한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프로그램과 본사 조직개편 방안을 정하고 하반기부터는 지방사 광역화 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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