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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0 19:54 수정 : 2005.01.10 19:54

“그래도 매체비평은 계속돼야”

“언제까지라곤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시청자들께서 용서와 이해를 보내는 때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할 뿐입니다.”

최승호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위원장이 10일 최근 문화방송 기자들의 ‘구치백’ 파문을 참회하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시청자들께서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밥이라도 굶어야죠. 엠비시 내부적으로도 스스로를 겸허히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피디 출신의 노조위원장이 왜 기자들의 문제로 단식을 하느냐”고 묻자, 목소리가 약간 격앙됐다. “많이들 묻던데, 그런 질문 자체가 이상합니다. 언론사 노조는 구성원들의 윤리를 감시하고 독려하는 최전선 조직입니다. 엠비시도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노조 산하에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일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요.”

그는 “이번 단식엔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는 뜻도 있다”고 했다. “핵심 보직 간부가 간여한 사건입니다. 보도국장은 단체협약에도 공정방송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도록 명기돼 있습니다. 인사권을 행사한 이긍희 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 또한 큽니다. 이번 일도 군사정권부터 요직을 차지해온 상층부의 구시대적 패러다임이 잔존해 드러난 것으로 봅니다.” 그는 “현 경영진은 올 2월의 차기 경영진 선임 때 당연히 책임져야 하겠지만, 그 전에라도 스스로 가시적인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피디수첩〉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책임피디를 지내고, 2003년 3월 노조 위원장에 취임했다. 올 3월 임기 만료를 두달여 앞둔 그는 이번이 생애 첫 단식이다. “1986년 입사 이래 노조 창립 때부터 활동해 왔지만, 이번처럼 참담한 적이 없습니다. 전에는 정치권력의 눈에 보이는 탄압에 맞서 공정방송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지키려 파업을 하고 구속을 무릅쓰고 싸웠지만, 어느새 ‘이젠 뭐’ 하는 생각이 슬슬 똬리를 틀게 된 모양입니다. 17년전 노조 창립 때의 초심을 돌아볼 때입니다.”

그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매체비평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비판받는 당사자가 됐다고 해 매체비평의 대의마저 없던 걸로 만들 순 없습니다. 뼈를 깎는 자세로 다른 누구보다 우리 자신에게 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문화방송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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