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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4 16:09 수정 : 2005.03.24 16:09

“1960년대와 7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386세대와 포스트 386세대가 앞으로 약 40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란 지난 8일치 중앙일보 기사는 독자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이것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준 흥미로운 기사였다.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386과 포스트 386의 생각과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 분석과 전망이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게 되기까지 언론의 분석과 전망이 헛짚었던 것은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386과 포스트386의 마음을 사로잡는 후보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아야 한다. 비슷한 일들이 정치 외의 분야에서도 일어난다. 그렇다면 언론은 무엇보다 먼저 이들이 어떤 정치적·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어떤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사고를 가지고 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이들이 주 독자층일 뿐 아니라, 국가적·사회적 의제를 만들어내는 중심세력이라는 사실을 언론이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386을 해당 연령층의 전체 인구 집단으로 보지 않고 정권에 참여하거나 시민운동권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좌파 성향의 인사들’이라는 좁은 의미로 보면서 이에 대한 대항마를 찾으려는 노력이 일부 언론의 논조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선 언론은 조선일보다. “신보수가 정치에 나서라”고 촉구한 지난 3일치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은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신진 보수 세력이 “‘운동’ 차원의 구름 위에 머물러 있지 말고” 정치세력으로 결집하여 한나라당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파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8일치 류근일 칼럼은 “야당이라는 일종의 정규군이 깨졌으니 우파로서는 불가불 의병이라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렸다”고 외쳤다.

이와 같은 논조는 대중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끌어 오느냐 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이제는 대중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들을 이끌 수 없는 시대로 들어섰으며, 대중의 중심에 386과 포스트386이 있다는 사실을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386과 포스트386, 그리고 그 이후 세대에게는 좌냐, 우냐 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주제가 기존 권위에 대한 거부와 변화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권 담당세력이 ‘좌파’라는 전제아래, 뉴라이트 운동과 같은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우파’를 양성하겠다는 일부 언론의 접근방식은 헛발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12일치 중앙일보는 교수 117명을 대상으로 뉴라이트 운동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뉴라이트 운동에 공감한다는 교수가 50대 이상에서는 69%인 반면, 49세 이하에서는 33%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이 큰 기대를 거는 뉴라이트조차 386 이하세대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386과 포스트386세대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치적 성향이 무엇인가는 언론의 심층 분석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발간된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이 이와 관련해 흥미 있는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열린우리당 당권 도전에 나선 유시민 의원과의 인터뷰다. 유 의원은 “과거 당의장이나 총재, 지구당 위원장, 국회의원, 원외 유력 정치인, 시도당 위원장, 계파 보스가 가지고 있던 각종 권력을 평당원에게 돌려주는 정당 내부의 미시 혁명, 권력 이동”을 강조했다. 좌우를 가르기 이전에 기존의 모든 관행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보이는 이들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앞으로 언론이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여론을 이끌기는커녕 전개되는 사태의 해석조차 해내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주장이다.

성한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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