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0 16:07
수정 : 2005.03.10 16:07
신문산업이 위기에 놓였다. 신문사마다 경영난을 극복하려고 임금삭감·인력감축에 나섰다. 너나없이 언제 잘릴지 몰라 떨고있는 가운데 이직·전직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광고감소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언론운동 진영이 신문산업을 살리려고 신문법 제정에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신문협회가 반대했다.
집단도산의 위기는 그 원인이 15년째 이어진 출혈경쟁에 있다. 좋은 신문처럼 보이려면 컬러지면이 더 많고 더 두꺼워야 한다는 증면경쟁이 무한전쟁으로 치달았다. 신문재벌들이 앞장서 색채지면과 합쇄지면을 더 많이 찍는 고속윤전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지면이 갈수록 늘어나니 신문을 팔아도 종잇값 건지기 어렵다. 빚은 눈덩이마냥 불어나 적자경쟁은 끝을 몰랐던 것이다.
신문재벌들이 광고수입을 늘려 적자경영을 탈피하려고 부수경쟁에 나섰다. 이삿짐도 옮겨주고 경품도 주고 신문도 공짜로 주면서 남의 독자를 뺐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빚에 허덕이지만 나머지 신문사들도 그 싸움에 끼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독자를 뺐기면 광고도 뺐기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품은 고급화하고 무가지 투입기간은 길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현금으로 주기도 한다. 신문 1부 확장하는 데 최소한 10만원은 들어간다. 적자경쟁이 밑도 끝도 없다.
이런 상황인데 1998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경품제공과 무가지를 규제하는 신문고시를 폐지해 버렸다. 시장질서에 관한 규제인데도 필요 없다면서 말이다. 불공정거래를 법적으로 보장하자 신문시장이 극도로 문란해졌다. 돈 싸움 끝에 자본열위의 신문사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언론운동 진영이 신문고시의 부활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문협회가 언론탄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가 실책을 인정하고 2001년 7월 신문고시를 부활했으나 또 실책을 저질렀다. 신문협회의 반대가 드세다고 자율규제 하도록 맡긴 것이다. 사업자단체에 시장규제를 일임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결국 신문고시가 사문화되어 버렸다.
신문은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을 공짜로 주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얹어주니 누가 믿겠는가? 모든 국가적 사안을 당파성에 입각하여 말하니 누가 신뢰하겠는가? 정의와 불의의 문제도 이념의 시각에서 재단한다. 그것도 군사 독재자의 악행까지 미화하면서 말이다. 신뢰의 실추는 필연적이다. 신문의 구독률-열독률이 40%대로 떨어졌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것을 인터넷 매체의 확장만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신문시장이 붕괴되었다. 언론운동 진영은 신문산업을 살리려고 신문법 제정에 나섰다.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여 편파·왜곡보도를 막으려고 소유분산을 주장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반대하여 성사되지 못했다. 나머지 조항은 모두 시장 정상화와 지원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신문협회가 또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신문협회가 그 짓을 하지 않았다면 지원내용이 훨씬 실질화되었을 텐데도 말이다. 시행령이라도 제대로 만들려면 신문협회가 나서야할 텐데 이것마저 외면하고 있다.
회원사들이 바보가 아니다. 지난 연초 경남도민일보가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지역신문노조협의회가 금년 핵심사업으로 탈퇴투쟁을 결의했다. 또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오는 3월 전체 대표자회의에 탈퇴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일부 중앙지들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원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사장들은 모여서 한가하게 골프나 치고 덕담이나 늘어놓는다는 것이 노조의 항변이다. 그것도 엄청난 회비를 부담하면서 말이다.
신문협회는 군사독재 정권에 빌붙었던 오명으로 얼룩져있다. 정권을 연장하려고 계엄령을 선포하거나 긴급조치를 취하면 뻔질나게 지지성명을 냈다. 1980년 언론사 통-폐합도 지지한다고 나팔을 분 것이 신문협회다. 그런데 이제는 시장 파괴자인 신문재벌-족벌신문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신문협회가 두 쪽 날 판이다.
김영호/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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