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3 18:55
수정 : 2005.03.03 18:55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씨가 사장에 선임되면서, <문화방송>엔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문화방송 인사에선 노조 활동을 했던 인사들이 핵심 보직에 기용됐다.
3일 만난 김상훈(43·사진) 신임 노조위원장은 “최 사장과 노조를 연결짓지 말아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경영진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1년 노조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최 사장(당시 노조위원장)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예전과 달리 (노조보다) 회사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노조는 회사가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잘 견제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최 사장은 △임금 10% 삭감 △단일호봉제 폐지 △지역사 통·폐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회사와 협의해봐야겠지만 대체로 공감한다”고 했다. 먼저 임금과 관련해서, 그는 “임금 10%를 깎아도 경영효율은 2%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반발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임금을 깎는 대신 이 돈을 소외받는 작가·비정규직 등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쓰겠다는 식으로 타당한 용도를 밝히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사 통·폐합’에 대해선 용어부터 ‘지역사 기능 조정’으로 바꿔 불러야한다”고 했다. ‘통·폐합’이란 말은 일련의 과정이 빠진 채 결과만 부각된다는 거다. 그는 “방송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지역사의 기능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도, “위압적인 방법으로 지역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선 일단 △장학회 이름 변경 △이사진 구성의 환골탈태 등을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론 장학회를 어디에 귀속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사내포럼’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화방송이 심각한 위기 빠진 것은 경영진의 책임도 크지만 구성원들이 회사 문제에 무관심해 악재가 계속 쌓였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일이 터지면 잘 해결하는 편인데 평상시는 의견교환을 잘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론의 장을 마련해 프로그램, 뉴미디어, 정수장학회 문제 등 갖가지 사내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갈 것입니다.”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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