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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6 19:07 수정 : 2005.01.06 19:07

신문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일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를 제외한 전국단위 종합 일간지들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도 연말 성과급 지급을 새해로 미룸으로써 간신히 장부상 적자를 면했다고 한다.

신문산업의 위기는 시장의 위축, 곧 광고수입의 격감과 독자 감소라는 모습으로 왔다. 경기 불황의 심화로 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을 극도로 줄이고 있으며, 인터넷 신문과 공짜로 보는 지하철 신문 때문에 전통적인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문은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뉴스에 덧붙이는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이 이뤄진다. 이렇게 인터넷 신문으로 다 알게 된 뉴스를 다음날 아침 종이신문에서 만날 때는 이미 구문이 되어 버린다. 지하철 신문으로도 사실보도 차원의 소식은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신문을 사서 볼 필요성이 더 줄어든다.

신문시장의 위축은 인터넷과 지하철 신문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실보도 정도는 지하철 신문도 한다. 인터넷 신문의 속보성과 지하철 신문의 편리함에 대해서는 이 두 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심층분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쌍방향 통신을 신문은 차별화된 모습으로 구현해야 한다.

어떤 이슈에 대한 신문의 의견을 완성품으로 제시하지 말고, 그 의견에 대한 ‘100자’ 코멘트와 같은 짤막한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함께 보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비롯하여 일반 직장인들의 진솔한 의견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포함함으로써 네티즌의 즉각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인터넷과 차별화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위기 상황은 신문이 독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스스로 “시장의 위축보다 더 큰 문제는 신문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이 스스로 신뢰 회복을 외치면서도 실제 신문제작 과정에서는 신뢰를 깨뜨리는 편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는 연초의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발견된다.

조선은 연초 ‘국민의식조사’ 결과 국민들이 자기 스스로 평가한 이념성향은 보수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화에 대한 희망이 팽배했던 1987년 말의 여론조사와 비교한 것이다. 87년 당시는 ‘보수=수구, 진보=민주화’라는 등식으로 인식하던 시기였던 데 반해, 지난해 말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파문으로 이념논쟁이 격화되어 극우세력에 의해 진보가 친북으로까지 매도당하는 분위기여서 두 시기의 조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이를 토대로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또 우리 내부에서 이념 갈등의 격동을 경험하면서 80년대 말에 비해 국민의 보수적 성향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반대로 2003년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비해 작년 말에는 보수 성향이 5% 가까이 떨어진 점에 주목했다면 이념논쟁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최근 석달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으며, 이것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둘러싼 이념논쟁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 것은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를 동아일보가 주도하는 ‘뉴라이트 운동’과 연결시킨 것은 견강부회였다.

조선일보는 자신의 상표 격인 보수적 논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아일보는 자신이 주도하는 뉴라이트 운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했다. 이와 같이 신문들은 입으로 신뢰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독자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기사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신뢰는 선언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매일 지면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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