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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2 19:38 수정 : 2006.04.12 19:38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지역 지상파디엠비 논란의 책임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학과 교수)

지역 지상파 디엠비(DMB) 논란이 시끄럽다. 지난 3월31일 방송위원회가 지역 지상파 디엠비 서비스 지역을 한개 권역으로 설정한 데 대해 전국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 언론운동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방송회관 로비에는 오늘도 위원회 결정에 항의하는 지역 방송 노동자들의 시위가 한참이다. 물론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연대가 주최한 최근의 토론회에서 전남대 주정민 교수와 같은 이는 결정된 현실을 우선 받아들이자고 분명한 자기 소신을 밝힌다. 방송위원회 결정을 억지가 아닌, 지역 지상파 디엠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지역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이루어진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 선택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이제 남은 일은 결정된 단일 권역 안에서 사업자 구도와 채널 정책을 잘 고려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방송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방송위원회가 지역 지상파 디엠비 사업 구역을 비수도권 단일 권역으로 묶어 버리고, 심지어 이 구역에 대해 서울 방송사들이 사업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결론은 다 나버렸다.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눈 것 자체가 서울 사람들의 오만한 사고라고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이들이 볼 때, 이번 결정은 서울 중심의 종속적인 방송 질서를 강화하고, 지역 방송의 위상과 지역 방송 제작자들의 삶을 더욱 불안케 하며, 지역 문화와 지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명백히 잘못된 처사다. 지방 분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의 요청과도 어긋난 반민주적 오판이다. 따라서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한다. 대체 이렇게 갈등이 터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처음부터 엉망이었다. 근원적으로 따질 때, 이번 사태는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생태적 안목 없이 시장과 기술, 자본과 사업의 논리에 따라 마구잡이로 벌여 온 미디어 난개발의 당연한 결과다. 졸속의 정책, 뒤엉킨 모순의 예정된 파열음에 불과하다. 방송위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방송사업자들을 포함해, 전문성이 결여된 학계와 감시의 노력을 게을리 한 시민사회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책임에도 경중이 있는 것 아닌가? 한번 따져보자. 지역 방송 노동자들조차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디엠비 난개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단말기 제조업자, 통신 재벌, 즉 자본인가? 세미나에 나서 ‘전문가’ 역할을 행하기 바쁜 언론학자들인가? 관심 갖고 개입한 언론운동단체, 아니면 광고에서 겨우 디엠비라는 이름을 접해봤을 대다수 시민인가?

‘방송의 공공성 강화’,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청자 복지 확대’와 같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다가도, 막상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공익성과 지역성, 다원성의 가치를 잊어버리는 방송위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시장경쟁, 자유, 사업성의 이념에 경도된 방송위의 성급한 결정, 판단 오류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 방송위 내부에 방송의 언론적, 공공적, 민주적 가치를 위해 목소리 높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나? 뉴미디어 방송 정책결정 과정에 문화론적 관점은 얼마나 균형감 있게 반영되고 있는가? 지역 지상파 디엠비 논란은 제어장치 없는 과속 질주의 위험에 대해 유의하고, 사회적 필요와 시청자 실익을 진정으로 고려하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소통 과정을 제대로 거쳤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다. 적절한 기술, 적당한 개발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서두르면 체하는 법, 결자해지 차원에서 방송위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당장의 묘안이 아닌, 총체적인 해답을.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eunacom@kn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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