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에 문제" 지적에 "언론자유 침해" 반발
KBS는 그동안 방송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추적60분'의 줄기세포 관련 프로그램 '섀튼은 특허를 노렸나(가제)'를 내보내지 않기로 4일 공식 결정했다. 물론 KBS 간부진은 "필요하다면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이라는 내용으로 향후 방송을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는 방송 여부가 불투명할 뿐더러 설사 제작된다고 하더라도 '추적 60분'의 제작진인 문형렬 PD가 지난 1월부터 준비한 기존 프로그램의 내용과는 맥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PD는 "그 같은 프로그램은 '물타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윗선의 결론과 상관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기존 프로그램을 공개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는 곧바로 외부 기관을 통해 프로그램 더빙을 자체적으로 실시한 후 이번 주 내로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 PD의 이러한 행보는 KBS 안팎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KBS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 공개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한 뒤 "문 PD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무시하는 것이며 사규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문 PD의 '돌출행위'에 대한 응분의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KBS로서는 사회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판단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판단이다. 4일 홈페이지 안내문에서는 "사실관계의 확인 및 검증되지 않은 부분의 법률적 분쟁 소지의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 때문에 편집본에 담긴 내용으로는 방송할 수 없다"고 방송 불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KBS의 관계자는 "사실관계라는 단어에는 프로그램의 공정성, 신뢰성, 객관성이 모두 포함된다"며 "문 PD의 프로그램은 이런 기준을 맞추지 못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적으로는 그동안 관련 프로그램의 방송을 강력히 요구해온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지지자들의 움직임에 큰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은 3월 중순부터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본격 시위를 벌여왔으며 격렬한 시위 때문에 지난달 25일에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2일에는 시위 가담자 일부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방송 불가 결정 소식을 접한 직후 '추적60분' 홈페이지와 자체 모임 사이트를 통해 KBS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문 PD가 제작한 '섀튼은 특허를 노렸나(가제)'는 황우석 전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에 근거가 된 줄기세포 1번(NT-1)의 진위 논란과 함께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특허 침해 의혹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NT-1이 처녀생식이 아니라 체세포 복제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도 담을 예정인데 이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결론과 다른 주장이다. 또 섀튼 교수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황우석 전 교수가 보유한 기술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예정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황우석 전 교수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는 셈이다. 문 PD는 1월부터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허 분쟁과 관련, 미국 변호사를 포함한 국내외 변호사를 인터뷰했고, NT-1의 진위와 관련해서는 유전학, 배양, 줄기세포 전문가를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문 PD의 프로그램 제작 소식을 접한 황우석 전 교수 지지자들은 온라인 등을 통해 KBS에 방송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송 여부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자 이들은 3월부터 KBS 본사 앞에서 본격적으로 시위를 벌이며 KBS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KBS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방송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했다. 3월24일 KBS 제작본부장은 황우석 전 교수 지지자와의 면담에서 직접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3월24일 '추적60분' 관련 제작진은 문 PD의 편집본을 놓고 1차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 후 동료 제작진과 데스크는 반론권, 특허권 관련 인터뷰 보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PD는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장을 포함한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보완한 후 3일 2차 시사회를 열었지만 방송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문 PD는 "방송 편성권은 제작 PD와 데스크, 사장 등이 공유하는 것인데 부당하게 방송이 나가지 못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침해"라며 "프로그램 인터넷 공개와 관련해서는 회사의 징계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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