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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7 15:16 수정 : 2006.03.07 15:44

대통령선거. 아직 멀었습니다. 2007년 12월입니다. 하지만 슬금슬금 선거운동이 곰비임비 벌어지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예비후보자로 이미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이 언론에 오르내립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손학규-이명박이 물망에 오릅니다. 2006년 3월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앞서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대선을 겨냥해 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좋아한다고 탓할 수 없는 이치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그래도 과연 괜찮은 걸까요? 선거가 2년 남짓 남아 있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을 비호하고 나섰지요. 그렇습니다. ‘특정 정당’이라고 했습니다만,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이 신문이 한나라당과 지닌 전통적 ‘유대’가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한 ‘연대’를 넘어 선거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그냥 넘겨야 할지는 당신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보십시오. 인터넷으로 검색한 2006년 3월7일자 <조선일보>에는 ‘류근일 칼럼’이 실려 있습니다. “이 한나라당을 어찌 할꼬”입니다. 울분과 통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24시간 긴장을 하고 있어도 시원치 않은 상태에서 요즘 나사가 풀릴 대로 풀린 것 같다”고 통탄합니다. “2002년에도 다 차려준 밥상을 받아먹지 못한 채 막판 곤두박질을 쳤다”는 울분이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나라당에 대해 이런 불만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그런대로 애써 참아준 것은 그나마 유력한 대안세력을 뒤흔들어 놓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토로합니다. 칼럼 끝에 적힌 직함대로 ‘언론인’인지 의문스러운 대목입니다. 그의 정치적 판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우리 말고 또 누가 있느냐?’는 느긋한 안일과 자만에 젖어들게 했는지도 모른다”고 개탄합니다. 늘 색깔공세를 펴온 그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이유입니다. “이 한나라당을 어찌할꼬.” 칼럼 제목에서 특정 지역의 어감이 사뭇 묻어난다면 저만의 편견일까요? 칼럼의 마지막은 ‘의미심장’합니다.

“ 바로 세우지 않는 한, ‘2007’은 또 한 차례의 허망한 좌절이 되기 십상이다.”

같은 날 사설은 또 어떻습니까. “긴장 풀린 사람은 이명박 시장 자신이다” 제하의 사설을 보십시오. 사설은 이명박 시장이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을 만나 강금실, 천정배, 유시민에 대해 비아냥거린 것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긴장이 풀려 있다고 걱정합니다.

긴장이 풀려있는 이유도 지적합니다. “이 시장이 이 정도로 긴장이 풀린 것은 아마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대선 주자 중에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너무 지나친 걱정 탓인지 사설의 결말은 자신의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폭로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 시장은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을 1년 또는 6개월 앞둔 시점까지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대선주자들의 운명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를 한번 되돌아 볼 일이다.”

그렇습니다. 류근일 칼럼과 사설은 이 신문이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살천스레 ‘올인’하고 있음을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최근 창간 86주년 기념사에서 “이제 권력이나 특정세력 및 집단과의 갈등 및 대결을 지양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을 구현하는 신문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면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방 사장 스스로 <조선일보>를 냉철히 톺아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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